"신한울만 재개해도 2조인데"...두산중공업이 사는법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2020.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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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 창원 본사 전경/사진제공=두산중공업두산중공업 창원 본사 전경/사진제공=두산중공업


최근 경영위기에 처한 두산중공업 (16,210원 ▲350 +2.21%)을 두고 탈원전, 탈석탄 등 급격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희생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중공업의 위기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에너지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이 큰 만큼 현재 보류 중인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에너지전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1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중공업이 최근 경영위기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국내외 석탄발전과 국내 원전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로 분석된다.



과도한 석탄·원전 의존, 경영환경 대응 실패
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중공업 터빈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각종 발전기에 탑재되는 터빈 로터를 검사하고 있다./사진=두산중공업경남 창원에 위치한 두산중공업 터빈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각종 발전기에 탑재되는 터빈 로터를 검사하고 있다./사진=두산중공업
특히 석탄발전의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사양산업이 됐다. 실제로 2015년까지 수주물량의 62%가 해외석탄 사업이었지만 2018년엔 실적이' 제로(0)'였다. 때문에 두산중공업의 경영실적은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시작된 2017년 이전부터 이미 악화일로였다. 2015년 이후 4년간 누적 당기순손실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단 두산중공업 매출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원전 부문은 화력발전과 사정이 조금 다르다. 그동안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자금규모는 탈원전을 선언한 2017년 이후로도 전혀 줄지 않았다.



산업부에 따르면 한수원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대금은 △2013년 6355억원 △2014년 7400억원 △2015년 7871억원 △2016 6559억원 △2017년 5877억원 △2018년 7636억원 △2019년 8922억원 등이다. 탈원전 선언이 이뤄전 2017년 관련 매출이 감소했지만 지난해 대폭 늘어나면서 연평균 7000억원 수준에 수렴했다.

정권 따라 춤추는 에너지정책, 기업 숨통 조인다
가스터빈의 핵심 구성품인 로터 /사진제공=두산중공업가스터빈의 핵심 구성품인 로터 /사진제공=두산중공업
여기까지만 보면 두산중공업의 위기는 석탄화력발전 발주 감소에 제때 대응하지 못한 경영상 실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겹 더 들어가보면 진짜 문제는 정부 정책의 불투명한 예측가능성이다.

두산중공업은 만큼 과거 정부의 '원전 르네상스' 정책에 따라 원전 투자를 대규모로 늘렸다. 2016년 발표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탈원전 정책이 반영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줄어든 국내 화력, 원전 건설 발주물량은 10조원에 달한다. 즉 2016년 향후 10조원 시장을 겨냥해 늘린 투자가 2년 만에 무용지물이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정부의 탈원전에 따른 직접적 피해도 봤다. 당장 2017년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에 따라 두산중공업은 투자금 4927억원 등을 날렸다. 여기에 기자재 보관 비용까지 합치면 백지화에 따른 매몰비용만 7000억원이 넘는다.

에너지업계에선 전세계적인 탈원전, 탈석탄 등의 추세 등을 고려할 때 에너지전황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관련업체들이 출구전략을 세워 대응할 충분한 시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두산중공업의 경우도 정부의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이전부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역시 막대한 설비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장치산업이고 에너지 효율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하다. 보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신한울 3·4재개가 답…에너지전환 속도조절해야"
경북 울진에 건설 중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 현장 전경. 신한울 3·4호기는 1·2호기 옆 부지에 건설을 준비 중이었다./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경북 울진에 건설 중인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 현장 전경. 신한울 3·4호기는 1·2호기 옆 부지에 건설을 준비 중이었다./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는 사업다각화를 추진중인 가스터빈·풍력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가스터빈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한국형 LNG 복합발전 모델 개발·사업화에 두산중공업도 참여하고 있다. 국내 수요가 줄어든 원전의 경우 체코·폴란드 원전 수출을 통해 활로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시간을 벌기 어렵다. 에너지업계가 대안으로 기대하는 건 현재 보류 상태인 신한울 원전 3·4호기의 건설 재개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사업은 총 사업비 8조26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원자로 등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의 경우 건설이 재개만 되면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를수 있다. 7000억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을 아낄 수 있는 건 덤이다.

건설재개시 당장 원전 산업생태계와 수출, 일자리, 지역경제 붕괴 위기도 막을 수 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지 않더라도 속도조절 차원에서 신한울 3·4호기를 건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원전뿐 아니라 에너지산업 생태계가 붕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신한울 3·4호기를 징검다리 차원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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