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11시 "마스크 500개"…쌍방울 본사에 늘어선 긴 줄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3.1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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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속옷 기업 쌍방울, 마스크 제조업체로 환골탈태…마스크로 저성장 돌파구 찾아

아침 11시 "마스크 500개"…쌍방울 본사에 늘어선 긴 줄


한정판 속옷 판매가 아니다. 마스크다. 아침마다 한 국산 속옷브랜드의 서울 중구 본사 건물 1층 트라이(TRY) 매장에서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긴 줄을 선 채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기다린다. 쌍방울 얘기다.

토종 속옷브랜드 쌍방울 (269원 0.00%)이 마스크 생산업체로 부상했다. 지난해 7월 마스크 생산을 개시한 쌍방울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며 성장의 돌파구를 발견했다.



12일 쌍방울에 따르면 11일부터 쌍방울은 본사 1층에서 오전 11시부터 매일 마스크 500매를 1인당 2개씩 판매하기 시작했다. 1매당 가격은 1500원이다.

쌍방울은 신사업 확장 차원에서 지난해 7월부터 마스크 생산을 개시했다. 작년 10월에는 미세입자 0.4㎛을 94% 이상을 차단할 수 있는 KF94 마스크 브랜드 'TRY 미세초'를 론칭했다.



1월 말 코로나19가 중국에서 확산되자 쌍방울은 갑자기 마스크 제조업체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국에 공장을 둔 쌍방울은 중국 길림 연변주정부와 계약을 체결하며 긴급 생산에 돌입했다.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초도 물량 50만장을 즉시 출고했고 2월5일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마스크 300만장의 추가 주문을 받았다.

코로나19가 국내까지 확산되자 지난 5일에는 태전약품 계열사인 오엔케이와 124억원 규모 KF94 TRY미세초의 대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쌍방울의 2018년 매출액 대비 12.24%에 해당되는 규모다. 마스크가 3년째 매출이 감소하던 쌍방울 신규 매출 창출 '효자'로 등극한 것이다. 쌍방울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750억원으로 2018년 대비 소폭 줄었고 3분기 누적 영업이익도 8200만원에 불과했다. 쌍방울의 매출액은 2016년부터 3년 연속 줄어드는 추세였다.

쌍방울 본사 1층 트라이 매장 앞에 시민들이 줄 서서 마스크 구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쌍방울 쌍방울 본사 1층 트라이 매장 앞에 시민들이 줄 서서 마스크 구매를 기다리고 있다/사진=쌍방울
쌍방울은 중국과 한국 거래처에 마스크를 공급하는 것 외에도 시민들을 위해 자체 물량을 이용해 매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중구 무학동 본사 1층에서 500장을 개당 1500원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마스크 원부자재 값이 크게 올랐지만 저렴한 가격에 마스크를 공급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쌍방울은 속옷을 주로 생산하던 중국 길림 방직 공장(쌍방울 길림트라이방직 유한공사)에서 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길림 공장에서는 미세먼지 필터를 장착한 순면 3겹 마스크를 주로 생산한다. 그 외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방역 마스크를 공급받고 있다.

마스크 생산 기업으로 떠오른 쌍방울은 대구 지역에 마스크도 10만장이나 기부했다. 쌍방울은 최대주주 광림이 지난해 인수한 또 다른 토종 속옷브랜드인 남영비비안과 함께 지난 8일 대구시청을 통해 마스크 10만장을 전달했다. 매출 규모가 훨씬 큰 일본 패스트패션 브랜드 유니클로가 대구아동복지협회에 마스크 1만5000장 기부에 그친 것과 대조되는 행보다.

지난 2014년 광림은 쌍방울 경영권과 채무를 298억원에 인수, 쌍방울의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크레인과 특장차 제조 사업을 하는 광림은 당시 사업다각화를 위해 인수를 추진했는데, 이후 5년 만에 남영비비안을 인수하며 토종 속옷브랜드인 쌍방울과 비비안의 최대주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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