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데자뷔'...공포의 징조들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3.12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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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이래 최악을 기록..."

국제유가는 1991년래 최악, 2008년 리먼브러스 파산 이후 최악인 S&P500지수의 12거래일간 12% 하락. 사상 처음으로 1% 미만으로 떨어진 미 채권금리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저유가 우려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될만한 최악의 기록을 연일 내고 있다. 그렇다면 당시 금융위기와 현재는 얼마나 비슷하고, 또 다를까.



'공포심'만큼은 그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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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2008년 금융위기와 현재는 그 공포심 만큼은 맞먹는다"고 보도했다.



미국 투자회사 로이트홀트 그룹의 짐 폴슨 수석투자전략가는 "현재 상황은 2008년과 크게 다르지만, 시장의 공포심 측면에서 보면 매우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러스'라는 관점에선 현재 코로나19는 은행들이 사람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주택담보대출을 남발한 것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서브프라임 전염은 통제됐다"라는 잘못된 발언으로 시장을 혼란에 빠뜨렸고, 현재 백악관도 바이러스를 통제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똑같이 '제로금리' 눈앞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AFPBBNews=뉴스1

연준은 2007년 9월을 시작으로 2008년 12월까지 열차례 금리를 내리며 5%대의 금리를 0.0~0.25%,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이에 앞서 연준이 첫 금리인하 스타트를 끊은 것은 2007년 8월, 예정에 없던 금리 0.5%포인트 긴급인하였다.

지난 3일에도 연준은 금리를 0.5% 긴급 인하하면서 경기부양 신호탄을 쐈다. 오는 17~18일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어 추가 금리인하가 기대된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범위는 1.0~1.25%인 만큼 추가 인하 단행시엔 과거와 같은 제로금리 시대가 열리게 된다. 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제로금리를 7년간이나 유지한 뒤에야 간신히 다시 금리를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블룸버그통신은 연준이 이번엔 보유한 총탄이 부족한 것이 과거와 현재가 다른점이라고 했다. 당시엔 금리가 5%를 넘어 인하 여력이 컸지만, 이번엔 경기침체 우려 초반부부터 제로금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연준 또한 지난 긴급 금리인하 단행 후 더이상 금리인하가 '마법봉'이 아니라는 걸 느꼈을 것"이라면서 "코로나19로 공장이 아예 멈추고, 쇼핑, 여행, 외식도 줄어드는 상황에선 돈이 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때처럼...신용파생상품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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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인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닮은꼴이다.

2008년 당시엔 부채담보부증권(CDO)가 원흉이 됐다면 현재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이 위험요소로 꼽힌다. CLO는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이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을 받는 '레버리지론'을 묶어 상품화한 것을 말한다.

금융위기 당시엔 은행들이 저신용자들에게 마구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제공했다면, 이번엔 금융기관들이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게 담보를 받고 대출을 실행한 것이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신용파생지수가 리먼 파산 이후 최고치까지 치솟았다면서 이중 미 셰일오일 시추 업체들을 비롯해 코로나19 타격을 입는 업종들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침체 가능성도 비슷하다
게다가 미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지수도 2008년과 동일해졌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현재 미국이 12개월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53%까지 올랐다. 지난 1월 24%에서 29%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앞서 이 지수가 50%를 넘은 것은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붕괴와 2007~2008년 금융위기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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