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감염' 공포 韓 증시…공매도 제한 '백신' 통할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20.03.11 05:17
글자크기

확대 첫날 {씨젠} 등 11개 종목 과열종목 지정…24일까지 공매도 금지

코로나 '감염' 공포 韓 증시…공매도 제한 '백신' 통할까


글로벌 증시 급락에 금융당국이 공매도 제한 조치를 내놨다.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약 2주일간 공매도 거래가 정지된다. 증시전문가들은 그러나 공매도가 증시 하락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피 시장서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 10%로 급증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코스피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대금은 8933억3700만원에 달했다. 증시가 급변하기 전인 지난 1월2일, 2163억2200만원 대비 4배 이상이 늘어난 것이다. 총 거래대금 중 공매도 거래대금 비중도 4.66%에서 10.16%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와 거래소는 앞으로 3개월 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대폭 강화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되면 1거래일간 공매도 거래가 정지됐지만 이제는 10거래일간으로 확대된다.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 기준도 완화됐다. 주가가 5%이상 하락한 코스피 종목 중 공매도 거래대금이 평소 대비 3배 이상(기존 6배) 증가한 경우 과열종목으로 지정된다. 코스닥은 2배(기존 5배)가 기준이다. 거래소는 이날부터 변경된 기준으로 공매도 과열종목을 지정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공매도 과열종목에 지정된 곳은 약 250개다. 당국은 이번 조치로 지정 건수가 현재보다 약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지수가 4% 이상 폭락한 9일에는 12종목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이날은 씨젠 (21,450원 ▼50 -0.23%), 마크로젠 (19,350원 ▼430 -2.17%), 아이티센 (5,190원 ▲40 +0.78%), 디엔에이링크 (2,720원 ▼100 -3.55%), 앱클론 (15,440원 ▲230 +1.51%), 엑세스바이오 (6,400원 ▼150 -2.29%), 엘컴텍 (1,574원 ▲78 +5.21%), 오상자이엘 (4,530원 ▼100 -2.16%), 인트론바이오 (6,830원 ▼140 -2.01%), 제이에스티나 (1,955원 ▲50 +2.62%), 파미셀 (5,550원 ▼170 -2.97%) 등 11개 종목이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이 종목들은 오는 11일부터 24일까지 10거래일 동안 공매도가 금지된다. 이날 강화된 공매도 규제가 곧바로 적용됐다.


공매도 규제 강화로 대상 종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전날 과열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보다는 적었다. 국내 증시가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종목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매도 규제의 증시 영향은 미미"
코로나 '감염' 공포 韓 증시…공매도 제한 '백신' 통할까
공매도가 과열된 특정 종목에 한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하는 '핀셋' 규제를 통해 주가 급락 충격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공매도 규제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말한다. 본인이 소유한 주식을 파는 사람을 줄일 수도, 주식을 사는 사람을 늘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거래비중이 최근 7~10%로 올랐지만, 결국 90% 이상의 투자자들이 주식을 일반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것"이라며 "시장에 위기가 올 때마다 공매도 규제가 나오지만 공매도가 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규칙을 자주 바꾸다보면 오히려 외국인 투자자에게 안 좋은 인식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대형주 종목들은 선물, 옵션 등 증시 하락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들이 있어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해서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최근 증시 급락도 공매도가 많아서 시장이 떨어졌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공매도 규모가 크다고 해서 꼭 주가가 급락하는 것은 아니다. 전날 공매도 비중이 높았던 종목들은 LS산전(36.92%), 대신증권우(35.33%), CJ대한통운(34.18%), 롯데하이마트(31.82%) 등이다. LS산전과 대신증권우는 전날 4% 폭락장에서도 주가가 2%대 하락하는데 그쳤다.

"공매도 규제는 리스크 관리 차원일 뿐"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8.16포인트(0.42%) 올라 1962.93으로 상승 마감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8.16포인트(0.42%) 올라 1962.93으로 상승 마감한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다만 공매도를 제한하면 하락폭을 거세지는 것을 막는 효과는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공매도는 주가가 이미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할 수는 없지만, 공매도로 인해 매도 물량이 많아지게 되면 주가가 반등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매도 규제가 증시에 어떤 방향성을 준다기보다는 우리나라 증시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낙폭이 크다보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공매도를 막는 정책이기 때문에 당연히 공매도 규모는 줄어들 수 있고, 공매도가 하락폭을 키우는 사례가 적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개인들이 많이 거래하는 중소형주가 과도하게 하락할 경우, 공매도가 하락폭을 가속화시키는 영향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소 측도 "이번 규제는 공매도가 높은 종목을 적출하는 것이 아니라 급작스럽게 주가가 하락하고 공매도 규모가 늘어나는 과열 종목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투자 전략을 저해할 수도 있겠지만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