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처럼 '제주도 신혼여행'…코로나가 바꾼 풍경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3.1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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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주요여행지 막히며 예비 신혼부부들 제주도로 눈 돌려…제주신라호텔 신혼부부 예약↑

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예식장에서 마스크를 쓴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성과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결혼식 주최측의 제안과 참석자들의 동의 아래 촬영됐다. /사진=뉴스1지난달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 예식장에서 마스크를 쓴 신랑 신부와 하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 사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위험성과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결혼식 주최측의 제안과 참석자들의 동의 아래 촬영됐다. /사진=뉴스1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여행길이 막히면서 3~4월 신혼여행을 꿈 꿨던 예비부부들이 고민에 빠졌다. 주요 허니문 여행지들이 입국금지나 제한조치로 빗장을 걸어잠그며 갈 곳이 없어져서다. 단 한 번 뿐인 허니문을 포기하기 어려운 이들은 5060 부모님 세대의 최고 인기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0일 외교부와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한국발 입국을 금지(45곳)하거나 격리조치(15곳), 검역강화(49곳) 등을 실시하는 국가(지역)가 총 109곳에 달한다. 전 세계 절반 이상이 한국과의 여행교류를 끊어 버리며 해외여행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특히 봄을 맞아 결혼을 준비했던 신혼부부들의 허니문 일정이 줄취소되고 있다. 지난달 모리셔스를 찾은 신혼여행객들이 여권을 뺏기고 격리됐단 소식이 알려지며 불안심리가 커져서다. 한 허니문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우려로 최근 신혼여행을 미루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양국 국민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일본 하네다 항공편 결항 안내 문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한국과 일본이 양국 국민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지난 9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일본 하네다 항공편 결항 안내 문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결혼식을 예정대로 진행하거나, 신혼여행을 포기하기 어려운 예비부부들은 대안으로 국내여행지를 물색하고 있다. 가장 각광받는 곳이 제주도다. 최근 온라인 웨딩, 여행 커뮤니티에는 해외 휴양지 대신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결정했다는 게시글들이 부쩍 늘었다. 코로나 사태로 해외여행을 취소했지만 특별한 여행인 만큼, 제주도 여행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제주도를 찾는 예비 신혼부부들의 발길이 증가세다. 제주신라호텔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예약 문의의 20%가 허니문을 목적으로 방문하는 예비 신혼부부였다. 호텔 관계자는 "그 동안 내국인 투숙객의 경우 가족단위 여행객이 대다수였고, 신혼여행 차 찾은 부부는 거의 없었다"며 "최근 코로나 사태로 예약을 문의하는 예비부부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사진=인터넷 커뮤니티 갈무리
제주도가 부모님 세대 때나 신혼여행 메카로 유명했단 점에서 이례적인 현상이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2010년대 들어 해외여행이 일상적인 여가로 자리잡으면서 허니문 만큼은 국내 대신 해외로 가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 하나투어가 신혼여행 예약데이터를 조사한 결과, 신혼부부 대다수가 하와이나 유럽, 몰디브 등 중·장거리 여행지를 선택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안전우려가 제주도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 것이다.

제주도 관광객이 급감한 것 역시 예비부부들이 신혼여행지로 택하는 매력요소가 됐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서 온 사람을 포함,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단 심리가 높아지면서 제주도가 '청정섬'으로 부각됐다. 제주도는 지난달 무사증 제도 중단으로 중국인 비중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했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2월 입도 외국인은 2만61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7% 감소했다. 내국인도 39.3% 줄었다.
제주신라호텔이 신혼부부들을 위한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를 출시했다. 사진은 제주신라호텔 전경. /사진=호텔신라제주신라호텔이 신혼부부들을 위한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를 출시했다. 사진은 제주신라호텔 전경. /사진=호텔신라
이에 제주 호텔업계는 발 빠르게 신혼부부 잡기에 나섰다. 제주신라호텔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를 출시했다. 1980년대 신혼여행 감성을 담은 '뉴트로' 콘셉트의 스냅촬영과 레이트 체크아웃 등을 제공한다. 김포공항 인근에 주차 시 주차비를 지원하고, 세탁 서비스 50% 할인 등 코로나 현안과 관련한 프로모션을 담았다. 다른 특급호텔에서도 관련 패키지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에 불안감을 느껴 제주도에서 신혼의 분위기를 즐기려는 예비 신랑신부가 늘고 있다"며 "3~4월 제주도가 날씨도 따뜻하고 볼거리도 많아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이 같은 트렌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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