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군입대 앞둔 '한국엄마' 원옥금 "왕언니 국회의원 하겠다"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20.03.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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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0스카우팅리포트]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 회장

주한베트남교민회장/사진=원옥금 회장 제공주한베트남교민회장/사진=원옥금 회장 제공



"당신이 어떻게?"

'어떻게'는 방법이 아닌 자격을 묻는 말이다. 유사한 댓글로는 "대한민국이 우습냐", "당신 나라 가서 권리 찾아", "한국인을 위해 일해야 한국 국회의원이지" 등이 있다.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 회장의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재 발탁, 비례대표 출마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원 회장은 한국생활 23년차. 옥금(玉錦) 이란 한국 이름으로 꼬박꼬박 세금도 낸다. 한국을 대표하는 100인으로 선정돼 3·1운동 기념사업에도 참여했다.

장성한 아들은 올해 군에 입대한다. 사회생활이 늦될 아들이 걱정되면서도 딸 아이를 떠올리면 "군 가산점제는 역시 쉽지 않은 문제"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한국 아줌마'다.



하지만 '유리 벽'은 악플러들의 손끝 너머 오프라인 세상에도 아직 있다. 얼마 전 관공서를 찾았다가 직원으로부터 다짜고짜 반말을 들었다. 집권여당이 인재로 모신 몸이지만 그가 이주민 출신이란 이유에서다.

원 회장은 "우리 사회에는 아시아 출신 여성이주민을 낮게 보는 태도가 있다"며 "저도 아직 겪는데 얼마나 많은 이주여성이 부당한 대우를 받겠느냐"고 말했다.

원 회장은 베트남에서 영어통역사로 일하던 중 한국회사 현지 파견직원이었던 남편을 만나 1997년 결혼했다. 이주여성도, 외국인도 많지 않던 때였다. 남매를 낳고 단란한 가정생활을 하던 그는 2004년부터 늘기 시작한 이주여성을 도왔다. 선배로서의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처음에는 인터넷 카페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배우자에게 쓴 편지를 번역해줬다. 하지만 가정폭력, 체류문제처럼 단순히 문자를 그대로 통역하는 것만으론 도움을 줄 수 없는 문제가 많았다. 결국 대학에 진학해 법학을 공부했다.

이후 2018년 이주민센터 '동행'을 설립했다. 한국 사회와 법률까지 잘 알고 있어 사업장이나 가정에서 갈등을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든든한 왕언니가 돼 줬다.

그는 국회에 와서도 왕언니 노릇을 하려 한다. 원 회장은 "폭력피해 이주여성이 남편이나 남편 가족의 도움 없이 체류를 허가받을 수 있는 '자기구제청구권 제도'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학대당하는 이주여성이 배우자의 도움 없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 '자기청구권'이 보장된다.

하지만 소수자를 대변하겠다는 이주민 출신 국회의원이 국민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이자스민 전 의원은 4년 내내 평가절하 되곤 했다.

원 회장은 "한국이 이주민에게 배타적이지만은 않은데 한쪽 목소리가 너무 두드러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이주민출신 정치인이 국민들 눈에 부족한 면이 있고 비난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주민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함께 포용적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다양성이 사회를 강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이주민은 우리 사회에 다양성을 가져오는 사람들"이라며 "한국이 포용국가로 나아가 더욱 강하고 건강한 국가가 되는 데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6호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사진=홍봉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6호 원옥금 주한베트남교민회장/사진=홍봉진 기자
--별명은. 21대 국회에서 어떤 별명으로 불리긴 원하나.

▶이주민들의 힘들고 아픈 일을 함께 하다보니 '왕언니'라 불린다. 제가 21대 국회에 들어가서도 많은 분들에게 '왕언니'로 불리고 싶다. 어디선가 이주민에게 무슨일이 생기면 달려가는 '이주인권 왕언니'.

-정치로 실현하고 싶은 이상은 무엇인가.

▶더불어 사는 사회, 다름을 인정하고 같아지기를 강요받지 않는 사회, 소수자를 향한 혐오와 폭력을 멈추는 세상을 정치를 통해 실현하고 싶다.

저는 한국에서 23년 동안 이주민이라는 소수자로 살았다. 저와 같은 이주민들이 한국에서 듣는 가장 가슴 아픈 말은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말이다.

이주민, 특히 결혼이주여성은 자신의 모든 일생을 걸고 대한민국을 선택해 온 사람들이다. 이주민들은 지금 그리고 내일도 이 땅에서 살아야 한다.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대한민국에서 당당하게 살고 싶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이 세워져야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가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이것을 정치를 통해 이루고자 한다.

-인재 영입으로 들어왔는데. 기존 정치인과 차별할 수 있는 점이 있다면.

▶우리 사회 다양성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서 250만 이주민이 우리 사회 발전의 동력이 되도록 하는 통합의 적임자다. 베트남 축구역사를 다시 쓴 박항서 감독이 있다면 저는 문화다양성의 관점에서 한국정치를 새롭게 써나갈 적임자이자 책임자라고 믿고있다.

-당선 된다면 1호로 추진하고 싶은 법안은.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을 예방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종합적인 보호와 지원을 보장하는 ‘이주여성 안전법’을 만들고 싶다. 안전과 생명을 중시하는 문화와 정책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모두의 과제다.

이주여성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은 우리 사회 소수자, 약자의 안전과 생명에 관심하는 일일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두가 안전하고 생명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26만여명에 달하는 다문화가정의 자녀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책임지는 중요한 세대인 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해 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도 만들고 싶다. 예를 들면 '공교육 누락 아동 제로', '다문화 가정의 자녀 맞춤형 교육', '중도입국 청소년 맞춤형 적응과 자립정책' 등을 입법하고자 한다.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 역사를 배우고, 특히 대한민국 헌법변천사를 배우면서 헌법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9번이나 개정됐는지 알게 됐다. 이를 통해 한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확고한 정치적 판단을 갖게 됐다. 그래서 2012년과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님을 지지하는 활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정부가 민주적이냐 권위주의적이냐에 따라서 이주민 정책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온 정당이고 또 저와 같은 우리 사회의 소수자를 위한 정책을 실질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는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게 영입제안을 해주셨을 때 함께 해도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

-수많은 정치적 능력 중 '이것'만큼은 내가 현역 의원에 안 밀린다.

▶진정성 혹은 절박감이다. 이주민 당사자로서 이주민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하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 이주민 지원활동을 하면서 갖게 된 풍부한 네트워크와 문제해결 능력도 강점이다.

이주민은 무엇을 하려고 하든 인적, 물적, 정보 등 자원이 적다. 이런 이주민을 위한 활동을 하려면 많은 정보를 찾아내고 조합하고 네트워크도 풍부해야 해결법을 찾을 수 있다. 저는 그런 경험을 갖고 있다. 이주민 단체들의 리더들과 함께 했던 경험이 풍부하고, 한국인 단체들과의 협력경험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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