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100만원" "TK만이라도"…재난기본소득이 뜨겁다

머니투데이 이원광 , 정현수 기자 2020.03.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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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누구나 100만원" "TK만이라도"…재난기본소득이 뜨겁다


‘재난 기본소득’이 정치권 주요 아젠다(의제)로 떠올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당위성을 넘어 규모와 방식, 재원 마련 방안 등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여권에선 ‘핵심 친문(친 문재인 대통령)’ 김경수 경남지사가 총대를 멨다. 보편적 복지에 대해 ‘퍼주기’라며 대체로 미온적이었던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는 일찌감치 ‘선수’를 쳤다.



◇전국민 100만원, 고소득자는 '환수'…김경수, '부의 소득세' 모델

‘대통령의 복심’으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가 불씨를 지폈다. '전국민 대상 재난기본소득 1인당 100만원'은 ‘전국민’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취지에 더 가깝다는 평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주장한 ‘부분 기본소득’ 방식보다 한 단계 나아간 셈이다. 이 대표는 “한달간 50만원씩 지급하자”면서도 그 대상을 소상공인과 프리랜서, 비정규직 등에 한정했다.



김 지사 제안은 또 이른바 ‘완전 기본소득’ 모델보다 ‘부의 소득세’ 모델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재난 기본소득이 필요하지 않은 고소득층에 대해 내년 세금 형태로 다시 거두는 방안을 함께 내놨다. 기본소득을 보편적 복지로만 이해하는 일부 여론을 고려한 것을 풀이된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겸 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는 “기본소득을 전국민에게 드리는 한편, 부자들에게서 일부나 전체를 자발적으로 기부를 받는 형식이 좋다”며 “어려운 분들만 주면 불공평 이슈가 생길 수 있다. 중산층에서도 어려운 분들이 굉장히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국민 모두에게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사진=뉴시스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8일 브리핑에서 국민 모두에게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전적 공감", 與비전위 "대통령 긴급재정 명령 검토해야"



여야 정치권 반응도 뜨겁다. 정치권 발 ‘재난 기본소득’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여전히 각 당 내에서 이견은 있으나 추가경정예산안에 재난 기본소득 요소가 반영됐다거나 ‘퍼주기’에 불과하다는 전통적 관점에선 벗어났다는 평이다.

‘기본소득 전도사’ 이재명 경기지사는 9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지사의 제안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민주당 내에선 김민석 포용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이 앞장선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통해 “평균 50만원 이내의 긴급 생활지원금을 지원하고 전시에 준하는 재난 시기에 기본소득을 실현해야 한다”며 “추경, 기금 뿐 아니라 대통령 긴급재정 명령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수' 친 황교안…'선점' 한 시대전환

야권도 나름 적극적이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는 이달 2일 당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는 “한 기업은 기본소득을 제안하기도 했다”며 “이 정도 과감성이 있는 대책이어야 특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이달초 “마스크와 의료용구의 과감한 수출금지와 무료 배포를 실시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재난 기본소득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주현 민생당 공동대표와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도 이달 4일 국회에서 “코로나 19, 위기에 처한 국민에게 한시적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훈 교수는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제로(0)나 마이너스(-) 상태다. 경제 성장률 역시 이번 분기는 마이너스일 것”이라며 “오래 가면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본 소득을 활용해서 전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자는 논의가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해외 사례는?

전통적인 개념의 기본소득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핀란드다. 핀란드 사회보험청(KELA)은 2016년 하반기까지 실험 모델을 결정해 2017년부터 2년간 장기 실업자를 상대로 기본소득 실험에 나섰다.

핀란드 국민 중 실업급여를 받는 25~58세 중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이 기간 월 560유로(약 77만원)를 지급했다. 당국에 사용내역을 보고하거나 취업활동을 증명하는 등 통상 실업급여와 달리 사실상 지급 조건이 없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2017년 4월 주민 4000명에게 1만7000캐나다달러(약 1400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했다. 부부의 경우 최대 2만4000캐나다달러(약 2000만원)이다.

시장소득이 생길 경우 소득의 50%를 급여에서 공제하는 부의 소득세 방식이다. 아동수당과 장애수당은 계속 지급했으나, 고용보험과 공적연금 수혜자 등은 해당 금액만큼 기본소득을 덜 줬다. 당초 3년 계획이었으나 비용 문제 등으로 15개월만에 종료됐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는 2017년 생활 보호 대상자 250명을 상대로 현금을 무상 지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2년간 매월 960유로를 받는 방식이다.

다양한 그룹으로 나눠 진행됐다. 근로 의무 없이 매월 960유로 지급, 자원봉사 참여 시 월말에 150유로 추가 지급, 2번째 그룹과 같은 조건에서 급여를 월말이 아닌 월초에 받고 자원봉사 미참여 시 급여 반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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