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지옥·회식 없이 4주째…계속 재택근무 하면 안되나요?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박계현 기자, 김주현 기자 2020.03.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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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가 바꿨다…언택트 경제학 ②

편집자주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언택트(비대면) 소비문화가 급확산하고 있다. 엄마는 e쇼핑으로 생필품을 구매하고, 아이들은 화상솔루션을 통해 영어학원 수업을 듣고, 가족 모두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영화를 즐긴다. 언택트에 최적화된 소비패턴변화와 기술발전에 힘입어 급팽창 중인 언택트 경제의 ‘A To Z’를 살펴본다.

SK텔레콤 직원이 재택근무 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 협업 메신저 '팀즈'(Teams)로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SK텔레콤SK텔레콤 직원이 재택근무 중에 마이크로소프트(MS) 협업 메신저 '팀즈'(Teams)로 영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제공=SK텔레콤


#SK텔레콤 직원 K매니저는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세수하고 노트북 PC가 있는 책상에 앉는다. 출근하는 셈이다. 9시 VDI(데스크톱 가상화) 기반 클라우드 시스템인 '마이데스크'에 접속하면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사내 메신저인 네이트온비즈로 메일을 체크하고 오전 10시에는 역시 재택근무중인 팀장, 팀원들과 'T그룹통화'로 회의한다. 얼굴을 맞대야하면 화상회의 시스템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를 활용한다. 퇴근시간이면 "이만 들어가보겠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노트북을 끈다. 재택근무 4주차를 맞은 직장인의 하루다. K매니저는 "아무래도 대면 근무보다는 제약이 있지만 익숙해지니 별 차이는 없다"면서 "이번 재택근무를 잘 정착시켜 업무형태와 문화를 바꿔보자는 사네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거대한 재택근무 실험장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수십년간 고착화됐던 사무실내 대면근무 문화가 언택트 근무라는 새 전기를 맞게된 것이다. 기존 일부기업에서 시도된 재택근무가 비용절감이나 유연근무 필요에 따른 정책적 선택이었다면 이번 재택근무는 감염자 확산을 막기위한 강제적 조치라는 게 차이점이다. 화상회의와 그룹통화 등 IT기반 업무시스템이 잘 갖춰진 ICT 대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나섰다. SK텔레콤, KT 등 통신기업과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 IT기업들이다.

거대한 재택근무 실험장된 대한민국...기업들 근무체계 개편 시도
일부 기업들은 이번 재택근무를 근무체계 개편의 시험대로 삼기도 한다. 대기업중 처음으로 사실상 전직원 재택근무에 들어간 SK텔레콤은 코로나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일상근무 형태로 체계화, 고도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회사는 최근 재택근무 시스템과 인프라, 일하는 방식·문화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는데, "재택근무가 평소와 유사하거나 더 효율적"이라는 응답의 비율이 63%로 나타났다. 또 "다소 불편해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응답도 34%에 달해, 구성원의 97% 가량이 재택근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격리'에 돌입한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알서포트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격리'에 돌입한 근로자들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사진제공=알서포트
카카오 역시 근무형태 개편을 추진중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전직원 재택근무에 돌입한 카카오는 종료기한을 두지않고 모바일오피스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 회사 여민수, 조수용 공동대표는 지난달 28일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이번 기회에 카카오의 업무툴 아지트와 카카오톡을 활용해 업무공개, 공유, 소통문화를 안착시키면 스마트 오피스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택·원격근무 시행 기업이 늘어나면서 이를 지원하는 협업 솔루션도 각광을 받고있다. 대표적인 게 그룹메신저, 원격회의시스템, 원격 PC제어 등인데 '언택트 IT 삼총사'로 불린다. 알서포트, 이스트소프트, 웍스모바일, NHN,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외 기업이 클라우드 기반 협업 솔루션이나 화상회의 솔루션을 짧게는 3개월에서 1년까지 무상 제공하면서 도입기업도 늘고있다. 기업 CEO들이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해외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낯설지않다. 화상회의 솔루션 제공업체 알서포트 관계자는 "3월 첫째주 기준 화상회의 사용량은 1월 첫째주 대비 25.5배, 2월 첫째주 대비로는 16.6배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출근지옥·회식 없이 4주째…계속 재택근무 하면 안되나요?
4주해 보니 "출퇴근시간 줄이고 집중가능" VS "비대면 오히려 비효율" 맞서
지난 4주간 진행된 재택근무에 대한 찬반론도 여전하다. 기업, 직원마다 업태와 직무가 다르고 조직문화, IT인프라도 제각각이어서다. 대면소통식 근무시스템에 익숙하던 직장인들이 갑작스레 온라인 근무환경으로 전환하다보니 겪게된 시행착오가 적지않다. 찬성 쪽은 "먼저 출퇴근 시간이나 씻고 화장하는 등의 불필요한 시간낭비를 줄일 수 있다"거나 "불필요한 대면회의, 엄격한 조직생활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다" "조용히 방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운다.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당부했다. 2020.2.25/뉴스1(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5일 서울 종로의 한 대기업 사옥 사무실이 재택근무 시행으로 텅 비어 있다.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시차 출퇴근과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을 당부했다. 2020.2.25/뉴스1
반면 "일과 휴식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몇마디 대화로 처리할 일을 장문의 메시지와 메일로 처리해야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노는 것처럼 보일 것같아 심적 부담이 크며 머리를 식힐 수 있던 동료와의 티타임이 그립다"는 등의 의견도 나온다. 재택근무하며 아이들을 볼 수 있어 좋다는 반면 아이들 때문에 집중할 수 없다는 상반된 평가가 상존한다. 한 게임개발사는 메신저로 1시간 단위 업무진행 보고를 요구해 "차라리 출근시키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재택근무 경험이 일천하고 대면 중심 기업문화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교통난 완화, 일가정 양립 등 장점...상시 재택근무로 방향전환 필요성 제기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재택·원격근무를 경험한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9만5000명으로 221만5000명의 유연근무제(시간선택근무, 출퇴근 시간조정 등) 활용 임금노동자의 4.3%에 머물렀다. 해외에서는 원격근무를 일컫는 텔레워크(Telework)가 반세기전인 1973년에 등장했고, 미국과 유럽 노동자 4명중 1명은 사무실 밖에서 일할정도로 재택,원격근무가 보편화된 것과 대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기회가 주 52시간 시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유연근무제 확산 등 기업내 경직된 업무문화 개선에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않다. 감염병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닌 상시적 재택근무가 자리잡도록 정책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석완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서울과 수도권에 대부분 직장이 집중돼 교통난과 인구집중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면서 "재택근무는 교통난 완화 및 국토 균형발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노동생산성 향상과 재난시 사업영속성 보장 등 장점을 갖는다"고 밝혔다.

한 기업 인사팀장은 "우리나라는 해외에 비해 IT인프라가 뛰어난 반면 경직된 업무문화와 노사관계, 낮은 노동유연성 때문에 재택근무가 쉽지않았다"면서 "이번 코로나발 재택근무 성과에 따라 우리 근무 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몰아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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