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나 나중이나 취소수수료 마찬가지"…속타는 5월 예비신부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3.09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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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에 신혼여행도 위기…위약금 부담·코로나 진정 기대감에 일정대로 다녀오는 예비부부도

한국과 일본이 양국 국민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 결항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한국과 일본이 양국 국민에 대한 90일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 일본을 오가는 항공편 결항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인데 머리로는 취소를 떠올려도 마음이 쉽지 않네요."

오는 5월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직장인 최모씨는 신혼여행을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예식장 환불이 어려워 결혼식은 당초 일정대로 진행하기로 했지만, 유럽 지중해로 계획했던 신혼여행은 최근 사태를 감안하면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서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로 결혼을 앞둔 예비신혼부부들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단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포기할 지, 다녀와야할 지를 놓고 고민이 크다. 한국을 '코로나 위험국'으로 보며 여행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늘며 대다수가 일정을 취소하고 있다. 하지만 환불·위약금 문제로 마음 편히 취소하기도 쉽지 않아, 여행가능 지역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이들도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며 해외여행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동남아, 이탈리아 등에서 확진자가 지속 발생하고, 국내 확진자 급증으로 주요 여행지역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어서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조치, 검역강화 조치를 시행하는 국가(지역)는 총 106곳에 달한다.

얼어붙은 여행심리에 예비 신혼부부들이 계획한 신혼여행도 줄취소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모리셔스를 찾은 신혼여행객들이 여권을 뺏기고 격리됐단 소식이 알려지며 높아진 불안심리에 일정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 허니문 전문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일정을 미룬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예비신부는 "3월 말 예정된 결혼식을 최소화해 진행하기로 했지만 신혼여행은 코로나 때문에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의 입국 제한으로 두바이에서 머물던 신혼부부가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의 입국 제한으로 두바이에서 머물던 신혼부부가 지난달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대다수 예비부부들은 여행사와 항공사, 현지 호텔과의 위약금 문제로 쉽사리 신혼여행을 취소하지 못하고 있다. 일정을 1~2개월 앞두곤 취소가 불가능하거나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야 해서다. 입국제한국이 100곳이 넘어도, 입국금지가 아니면 해외여행 표준약관 상 취소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단 이유에서다. 또 신혼여행은 특약조항이 들어간 계약이 많은데, 이 경우 특약내용이 우선 적용되기 때문에 취소나 환불이 어렵다. 입국금지가 아니란 이유를 들어 환불을 거부하는 현지 호텔도 적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 예정된 일자에 맞춰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경우도 있다. 인기 여행지인 인도네시아 발리는 대구·경북을 다녀온 경우를 제외하면 건강확인서를 지참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한국인의 여행이 가능해 일정대로 진행할 수 있어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이들이 눈에 띈다.

4~5월 식을 올리는 예비부부들 중에선 입국제한 국가(지역)으로 여행이 예정돼 있더라도 당장 취소하는 대신 상황을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 일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을 취소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다, 코로나19가 진정국면에 들어서면 여행제한 조치가 풀리고 여행교류가 재개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5월 결혼하는 예비신부인 최모씨는 "지금 취소하나 나중에 취소하나 수수료를 크게 무는 것은 마찬가지라 상황을 보며 결정하기로 했다"며 "신혼여행은 가장 특별한 이벤트인데 결혼식을 올릴 때쯤이면 국내외 사정이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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