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제공=스토리제이
그러나 이시언이 스타 OOO처럼 XXX처럼 1억 원을 기부하지 않았다고, 100만원은 너무 소소한(?) 액수라며 무차별적 비난을 받아야 한다니. 차라리 인증샷이라도 없었다면, 기부 사실은 물론 상세한 액수마저 알려지지 않았다면... 그렇다면 지금 이시언은 편안할 수 있을까?
물론 연예인들이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살며, 인기가 많을수록 고소득자란 사실은 명백하다. 화면 속에 비치는 유명 스타들의 휘황찬란한 패션 또는 영화 같은 일상 사진 때문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험을 우린 매우 자주 한다. 단순히 예쁘고 잘생긴 멋진 외모만 부러운 게 아니라 그들이 비싼 자동차를 타거나 큰 집에 살기 때문에 질투가 나기도 한다. 사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스타들이라면, 통상적인 월급쟁이 입장에선 넘볼 수 없는 수입을 거머쥐는 것도 사실. 그렇다고 해서 ‘잘 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기부라는 선행이 ‘강요’될 수 있는 문제일까?
기부도 하고 착한 임대인 운동(건물주가 임대료의 일정부분을 감면해주는 것)에 동참도 하는 등 릴레이가 계속되고 있지만, 확률적으로는 아직까지 선행이 전해지지 않은 스타들이 더 많다고 감히 짐작한다. 무엇보다 기부 사실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 해당 연예인의 의지가 ‘남몰래 선행’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최근 한 유명 배우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소속 배우로부터 현재 후원이 가장 필요한 단체나 기관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배우 개인이 스스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엔 힘에 부치는 탓이다. 그러면서 그 배우는 한 가지 단서를 달았다고 한다. ‘절대로 기부 사실이 외부로 발설되지 않을 수 있는 곳을 물색해 달라’는 것.
필자가 연예부 기자를 할 당시 실제로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 온 나라가 실의와 절망에 빠져있던 시기. 바다 속에 잠겨있을 단원고 아이들의 생사를 걱정하며 실시간 구조 소식에 촉각이 곤두서던 그 때 역시 여기저기 스타들의 온정이 피어났다.
당시 아시아를 호령하던 한 남자 스타의 기부 사실을 제보 받고 취재를 했다. 현재까지도 건재한 그 한류스타는 당시 취재 문의에 대해 “제발 기사화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인데 알려진다는 게 너무 쑥스러워서요. 이거 기사 쓰시면 기자님 다신 안 보겠어요~!”라고 반 협박(?)을 해왔다. 절박한 으름장에 결국 기사 쓰기를 포기했지만 특종 보도에 대한 미련은커녕 마음이 새털 같았다. 이 세상에서 그의 예쁜 마음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가 나라고, 그의 강직한 소신을 나만큼은 꼭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기억.
6년이 흐른 지금, 코로나19 환란 속 그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거액을 기부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 기부 사실이 누군가에 의해 세상에 전해졌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누군가의 선한 영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사회, 기부를 하는 이들이 혹시나 오해받을까 애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사회, 코로나19 사태의 종식과 함께 더 맑고 밝은 세상이 열리길 바란다.
윤가이(칼럼니스트, 마이컴퍼니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