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는 급변하는 마스크 시장에 대한 정부의 이해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최근의 원가 인상이 제대로 반영이 안됐고, 너무 많은 물량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또 생산량의 80%를 정부에게 공급해야하는 현실에서 계약의 추가 이미 정부 쪽에 기울어진 것도 문제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5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을 찾은 한 시민이 공적 마스크가 입고 되지 않아 발길을 돌리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덴트에게 요청한 마스크는 흔히 생각하는 KF80, KF94 등의 보건용마스크가 아니라 의료인들이 치료 또는 수술 시 감염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의료용마스크다. 크게 수술용과 치과용으로 나누는데, 이덴트에게는 치과용 마스크를 요청했다.
보통 조달청은 시장의 상황과 원가들을 반영한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이를 토대로 업체에 납품을 요구한다. 조달청 관계자는 “기준가격을 제시하고 계약을 위한 협상에서 개별 업체별로 협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덴트 정부요청 거부..이미 높아진 원가, 쉼없이 한달 생산해도 43만장
5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소재 한 마스크 제조업체에서 관계자가 마스크 제조의 핵심 재료인 멜트블로운(Melt Blown·MB) 필터가 부족해 공장 가동을 멈춘 채 재료를 구하기 위해 전화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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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용마스크를 납품을 요청받은 케이엠과 메디탑, 유한킴벌리 등의 업체(1장당 110~120원)는 모두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덴트는 계약을 거절했다. 기업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단가에 문제가 있었다.
신선숙 이덴트 대표는 전일 마스크 생산 중단을 공고하면서 ""조달청에서는 생산원가 50%정도만 인정해 주겠다는 통보와 일일생산량 10배에 달하는 생산수량 계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치과용마스크는 이덴트 사이트에서 기존에 1장당 158원에 거래되고 있다. 얼핏 보면 정부가 제안한 120원의 가격이 불합리하지는 않다.
문제는 현재 마스크 생산현장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덴트는 ‘코로나19’ 확산이후 생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1명을 충원했다. 또 매일 2시간 연장근로와 토요일, 일요일 연장근무로 인한 각종 수당지급되고 있었다.
이미 원가가 크게 높아진 상황이지만 이덴트는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상황을 무시한 채 1장당 120원을 제시한 셈이다.
생산량도 문제다. 이덴트는 최근 잔업을 통해 하루 1만4400장을 생산한다. 쉬지 않고 한달 내내 공장을 가동해도 43만장밖에 생산을 할 수 없다. 정부가 제안안 6월까지 896만장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다.
정부 "적정한 가격으로 원만히 해결하겠다"..."향후 단가 인상도 검토"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정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1주에 1인 2매 한정, 요일별 마스크 구매 5부제, 중복 구매 확인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덴트 문제가 불거진 후 기획재정부는 ”해당 업체와 잘 협의해서 업체가 적정한 가격으로 손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원만하게 해결해 나가겠다“고 6일 밝혔다.
조달청은 이날 낮 12시 기준 현재 전체 131개 계약대상 생산업체 중 125개사와 계약체결이 완료됐다.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높은 계약 성공률을 보였다는 평가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적물량 확보과정에서 보여준 마스크 생산업체의 적극적인 협조와 헌신에 감사를 드린다"며 "지급단가도 기준가격 이상 지원하고, 주말·야간 생산실적 등에 따라 매입가격도 추가 인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