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한진칼 분쟁 개입..조원태-조현아 누가 유리할까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0.03.06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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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능후 기금운용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여부를 논의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능후 기금운용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9년도 제2차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에 대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여부를 논의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국민연금이 한진칼 (57,700원 ▲300 +0.52%)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기로 하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 측 간 경영권 분쟁에 변수로 부상했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2.9%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영권 분쟁 세력 간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캐스팅 보트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6일 제5차 위원회를 개최하고, 당초 위탁운용사에 위임하기로 한 지투알과 한진칼에 대한 보유주식 의결권을 회수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업계에선 우선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워낙 이슈인데다, 국민연금의 지분 보유 목적이 경영참여인 만큼 의결권 직접 행사 결정은 합리적인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용석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 위원장은 "위탁운용사에 맡긴 의결권 행사 권한을 회수한다는 결정이고, 기본적으로 기금운용본부에서 의결권을 갖고 의안 분석 등에 나설 것"이라며 "앞으로 기금운용본부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고, 의결권 행사를 기금운용본부에서 할지, 수탁자책임위에 상정할지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오늘 결정은 위임한 의결권 행사 권한을 회수하기로 한 것일 뿐, 어느 쪽에 유리할지 말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의결권 행사와 관련,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기금운용본부와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사이에선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무엇보다 국민연금기금의 이익과 주주가치 제고에 중점을 두고 논의가 이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경영권 분쟁 세력 간 내세우고 있는 명분의 합리성 등도 고려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조 회장이나,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 연합, 어느 쪽에 유리할 것이란 판단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전 국민적 관심을 받을 만큼 민감한 사안인데다 분쟁 당사자 간 대립이 극심한 만큼 국민연금이 일방적으로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결권 직접 행사 결정이 꼭 어느 세력의 편을 들어주겠다는 의사 표시는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측에서도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섀도보팅, 기권 등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국민연금은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식의 의결권 행사가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지 충실하게 고민하고 생각할 것"이라며 "경영권 분쟁 당사자 간 모두 자기 주장이 강한 만큼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국내에 있는 의결권 자문사의 독립성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측에선 외부 기관에 주요 사안을 맡기는 데 부담을 가졌을 수도 있다"며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인력을 많이 확대한 만큼 의결권 직접 행사를 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이고, 어느 세력에 유리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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