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폭락한 날 버핏에 물었다 "언제쯤 바닥일까요?"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20.03.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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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299>“장기투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영향받지 않는다”는 대답의 의미

편집자주 투자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알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이 세상에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치고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처럼 성공하기 위해 그의 투자방식인 가치투자를 따라 하고, 그의 조언을 듣기 위해 그와의 점심 한 끼에 수 십억원을 기꺼이 지불한다.

버핏은 7일 현재 블룸버그 억만장자 인덱스에서 전 세계 부호 랭킹 4위인 금세기 최고의 주식꾼으로 그의 순재산은 817억 달러(97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단지 그가 주식투자로 이룬 막대한 재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1940년대부터 현재까지 주식투자를 해오면서 온갖 사건을 겪은 증시 역사의 산증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1930년생인 버핏이 지난 80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목격한 전쟁만 해도 제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1,2차 걸프전쟁 등 손꼽아 헤아리기 힘들다. 그가 목격한 정치사는 또 얼마나 다사다난했던가. 케네디 대통령 암살, 닉슨 대통령 사임, 클린턴과 트럼프 대통령 탄핵절차 진행, 그리고 미국 대통령만 14명이 바뀌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만 총 17번 치뤘다.



증시 역사는 더 파란만장하다. 그가 주식투자를 해온 80년 동안 증시가 전고점에서 20% 이상 추락해 베어마켓(bear market)에 접어든 횟수만 해도 12번이나 된다. 그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증시가 2007년 고점에서 2009년 저점까지 약 57%나 떨어졌던 최악의 시기도 경험했다.

하루에 다우지수가 22.6%나 폭락한 1987년 10월 블랙먼데이도 겪었고, 하루에 –1190.95포인트나 폭락해 다우지수 역사상 하루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2020년 2월 코로나19 폭락도 경험했다. S&P500지수가 하루에 4% 급락한 경우도 무려 88번이나 당했다.

버핏은 지난 80년간 주식투자를 하면서 숱하게 많은 베어마켓과 폭락장을 경험하며 산전수전에 공중전까지 다 겪었다. 그러면서도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큰 성과를 냈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런 이유로 증시가 폭락을 할 때면 사람들은 어김 없이 버핏을 찾아가 그의 조언을 듣는다. 버핏은 보통 방송사 인터뷰를 잘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증시가 폭락한 때에는 예외적으로 방송사 인터뷰를 기꺼이 승낙하고 자신의 투자의견을 가감 없이 공유한다. 미 증권방송 cnbc는 코로나19 사태로 지난주 증시가 대폭락했을 때 버핏을 긴급 소환했고, 그에게 증시 바닥이 언제인지 또 언제쯤 반등하는지 물었다. 마치 선생님의 답변이 나오길 기다리며 초조해하는 학생처럼 말이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증시판에서 80년간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버핏은 “증시가 언제 바닥을 치고 반등할지 난 모르겠소”라고 대답했다. 나아가 “며칠 혹은 몇 개월 후에 증시가 어떻게 움직일지 난 모르오. 다만 20년 혹은 30년 후의 미국 기업과 세상이 어떨지는 상당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소”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기업과 온 세상이 20~30년 후엔 지금보다 훨씬 좋을 거라고 믿는 낙관주의자다.

그가 이렇게 낙관적인 전망을 갖는 이유는 그의 80년 주식투자 경험에 근거한다. 지난주에 있었던 미 증권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버핏은 “과거 50년간 신문 1면에 난 헤드라인 뉴스를 보세요. 분명 십중팔구는 나쁜 뉴스들로 뒤덮여 있을 겁니다. 하지만 실물경제는 지난 50년간 실제로 어땠나요? (신문 헤드라인과 달리) 너무나 좋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버핏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두고 “무서운 뉴스”라고 경계하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20~30년 장기 전망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영향받지 않는다”며 장기투자자는 그것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미 증권방송 cnbc의 유명 프로그램 매드머니(Mad Money)의 진행자도 자신의 방송 시간에 "증시 바닥을 알기는 어렵다. 다만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회복된다"는 버핏의 과거 투자조언을 다시 소환하며 코로나19 공포에 놀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했다.

장기투자 전략을 갖고 있다면 지난주와 같은 폭락장은 오히려 좋은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버핏은 “폭락장은 사고 싶은 주식을 아주 싼 값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며 하루하루 증시 등락에 두려워하지 말고 20~30년 장기투자를 하라고 조언했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버핏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침착하게 자신의 투자철학을 되풀이했다.

증시가 폭락하고 공포에 휩싸일 때면 사람들은 으레 버핏을 찾아가 그의 투자조언을 구한다. 이때마다 그는 "하루하루 증시 변동을 걱정하지 말고 20~30년 장기투자 전략을 따르라"고 조언하다. 늘 그랬듯이 말이다. 별 다른 내용도 아니고 예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의 투자조언을 경청하고 되새긴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세상 속으로 돌아간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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