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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타다...표심에 스러지는 혁신산업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조성훈 기자 2020.03.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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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에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표결을 앞둔 5일 오후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타다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타다 측은 '타다금지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지난 4일, "베이직 서비스를 조만간 중단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국회 본회의에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표결을 앞둔 5일 오후 서울 강남역 사거리에 타다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타다 측은 '타다금지법'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지난 4일, "베이직 서비스를 조만간 중단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하얀색 카니발 ‘타다’를 더 이상 탈 수 없게 됐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개정안(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해서다. 법원에서 ‘합법’ 면죄부를 받은 지 불과 2주 만에 불법 딱지가 붙었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법 공포 후 1개월 안에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접겠다고 했다. 개정안 국회통과는 택시업계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정부, 표심에 눈 먼 국회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대한민국 혁신 생태계에 종언을 고했다는 절망과 탄식이 흘러 나온다.

“떼쓰면 다 들어주나”…표심에 갇힌 모빌리티 혁신
국회는 7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내년 7월까지 ‘타다 베이직’ 사업 모델을 택시 면허 기반으로 뜯어 고치거나 ‘타다’ 차량 1500대 분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타다 측은 재고의 여지 없이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가뜩이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인데 천문학적인 사업모델 전환비용을 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타다는 "법 공포 후 1개월 안에 타다 베이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타다 드라이버 1만2000여명도 실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굿바이' 타다...표심에 스러지는 혁신산업
업계에선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나치게 ‘표심’을 의식한 결정으로 본다. 앞서 택시업계는 “개정안이 통과 못하면 국회는 4월 총선에서 처절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정부 여당은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야당도 다르지 않았다. ‘타다’ 합법 판결 이후 국토건설부가 개정안을 일부 수정했지만 제대로 숙고할 새도 없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한 스타트업 CEO(최고경영자)는 “기득권과 연계된 표심이 대한민국 신산업 혁신을 가로 막는다”고 안타까워했다.



“혁신 렌터카 타다의 쓸쓸한 퇴장…“신사업 의지 꺾일까” 걱정
2018년 10월 등장한 타다가 국내 모빌리티 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기존 대중 이동 수단에 혁신을 보탰고, 모빌리티 시장 물꼬를 튼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타다가 성공하자 차차, 파파, 카카오벤티 등 유사한 모델이 잇따라 등장했다. 특히 언제 어디서건 부르면 오고 쾌적하고 정숙한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물론 타다의 사업방식을 ‘편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초단기 승합차량 렌트서비스로 택시와 본질이 같은 데도 현행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꼼수라는 지적이다. 택시 산업과의 상생을 선택한 모빌리티 기업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무법 상태에서 모빌리티 산업 혼란과 갈등이 앞으로 수년간 지속됐을 수 있다.

한글과컴퓨터를 창업한 이찬진 포티스 대표가 페이스북에 “20대 국회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 등 7개 기업도 국회에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완벽히 만족하지 못하지만, 모빌리티 산업 전체를 위해 법 통과가 필요하다”고 개정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모빌리티 업계가 타다와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스타트업 업계가 진정 안타까워 하는 건 ‘규정에 없던 서비스’를 좌초시킨 일이다. 새로운 서비스마다 범죄와 동일한 잣대로 ‘불법’ 낙인을 찍으면 앞으로 어떤 스타트업도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2013년 우버부터 2015년 콜버스, 2017년 풀러스, 2018년 카카오 카풀, 올해 타다까지 한국 모빌리티 업계는 택시업계와 격돌하며 불법 서비스로 낙인찍혀 진출과 퇴출을 반복했다. 정부가 혁신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사장시키고 족쇄를 채웠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떼 쓰면 다 줄어줄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자칫 기업인들이 신사업을 시도할 의지 자체가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입법부 결정으로 국내 공유경제 스타트업을 향했던 투자금들이 죄다 해외 기업들로 빠져나갈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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