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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60개 올린 일런 머스크의 '펠컨 로켓'…우주왕복선에서 힌트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3.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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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의 속풀이 과학-(3)]재사용 우주 로켓

편집자주 ‘속풀이 과학’은 신문 속 과학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면과 뒷이야기, 혹은 살면서 문득 갖게 된 지적 호기심, 또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과학상식 등을 담았습니다. 
재사용 로켓이 예정된 착륙지점에 무사히 내려앉는 모습/사진=스페이스X 재사용 로켓이 예정된 착륙지점에 무사히 내려앉는 모습/사진=스페이스X




로켓이 내려온다. 약 8분 전 상공으로 치솟았던 그 로켓이다. 이 모습을 인터넷을 통해 지켜본 전 세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미국 민간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공을 들여 개척한 ‘재사용 로켓’ 얘기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에서 재사용 로켓 ‘펠컨’으로 통신위성 60개를 쏘아 올리는 등 다방면에 활용 중이다. 현재 발사체 1회 발사 비용은 팰컨9의 경우 약 5000만 달러(약 594억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이 비용을 재사용 로켓을 통해 10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다.

이 같은 대세에 올라탄 또 다른 민간우주기업이 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블루오리진이다. 이 회사는 재사용 로켓 ‘뉴 셰퍼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준궤도 관광 로켓으로 사용할 뉴 셰퍼드의 1단 로켓은 팰컨9과 같이 엔진을 재점화시켜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재활용 로켓을 사용하기 위해선 어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걸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분석자료와 기술 자문을 통해 알아봤다.



우주왕복선을 실은 로켓의 발사하는 모습/사진=NASA우주왕복선을 실은 로켓의 발사하는 모습/사진=NASA
재사용 우주 이동 수단 원조는 ‘우주왕복선’
스페이스X의 재활용로켓처럼 다시 쓸 수 있는 우주 이동수단은 이미 40여 전에 개발됐다. 바로 ‘우주왕복선’이다. 우주왕복선은 자체 활공으로 활주로에 착륙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우주왕복선을 회수해 다시 쏘기까지 적어도 한 달 이상 걸렸다. 다시 쓸 수 있도록 기능을 정비하는 데만 25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될 정도였다.

예상을 넘어선 막대한 예산이 들자 당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내부에선 “차라리 다시 만들어 발사하는 게 낫겠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 2005년, NASA는 우주왕복선을 재발사하는 데만 전체 예산의 30%를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사비 절감에 실패한 우주왕복선 프로젝트는 2011년 아틀란티스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재사용 불씨 살린 괴짜 억만장자
하지만 지난 2011년, 괴짜 억만장자 일런 머스크 스페이스X CEO(최고경영자)가 재사용 로켓을 다시 들고 나오면서 재사용 우주 이동수단에 새 불을 지핀다. 스페이스X의 팰컨9는 발사체와 탑재체가 분리된 후 남은 연료를 분사해 천천히 수직으로 내려오면서 낙하 속도를 줄이고, 원래 발사했던 장소로 돌아오게 만드는 방식이다.

스페이스X는 2011년부터 ‘그래스호퍼’라는 이름의 팰컨9 1단 로켓을 이용한 실험을 진행했다. 로켓 상승 궤도를 단계별로 올리며 그 가능성을 타진했다. 2013년 7월엔 지상에서 325m, 10월엔 744m까지 로켓을 올린 뒤 그 자리에 그대로 착륙시키는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그리고 2015년 12월 팰컨9 1단 로켓의 지상 회수에 성공한 뒤 자신감을 갖게 된 스페이스X는 다음 해 4월 바다 위 무인선박에 재착륙시키는 공식 데뷔식을 치뤘다.

재사용 로켓 팰컨9 회수 후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스페이스X재사용 로켓 팰컨9 회수 후 점검하고 있는 모습/사진=스페이스X
기체 구조 단순화하고 하단 열차폐막 부착…최신 버전 10번까지 재사용
그러면 본격적으로 로켓을 재활용하기 위해 어떤 기술이 추가돼야 하는지를 알아보자. 먼저 팰컨9는 발사 때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올 때 한번 더 연료를 태운다. 따라서 연료를 태울 산화제(액체산소)를 기존 로켓보다 더 많이 실어야 한다.

이를 위해 팰컨9는 액체산소 온도를 기존보다 더 낮춰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탑재할 수 있는 액체산소 양을 늘렸다. 또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한 뒤 속력을 낮추기 위해 엔진 재점화 기능도 향상시켰다.

로켓이 우주 공간에서 내려와 대기권 공기와 맞닿으면 로켓 표면 온도는 약 1500℃~1만℃까지 치솟는다. 재진입 시 이 정도의 열과 충격을 버티지 못하면 로켓은 녹아버리거나 산산조각 난다. 따라서 재진입 시 높은 온도를 견디기 위해 열차폐막을 기체 하단에 설치했다.

로켓이 착륙지점으로 정확하게 이동하고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반작용 조정 시스템(RCS)과 공기 흐름을 이용해 기체를 조종하는 그리드핀도 장착됐다.

로켓 재사용을 위해 기체 구조를 최대한 단순화하고 연료탱크 등을 가볍고 튼튼하게 제작, 회수 후 재사용에 필요한 점검·정비시간도 줄였다.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은 성능 저하다. 한 번 쓰고 버리는 로켓은 추진제를 남겨둘 필요가 없지만 재활용 로켓은 재점화와 역추진 분사를 위해 일정량의 추진제를 남겨둬야 한다. 추진제가 발사체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 추진제를 더 탑재하면 다른 장비와 로켓에 탑재하는 과학 관측 기기의 하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결국 더 많은 연료와 산화제를 실으면서도 과학 관측 기기를 더 많이 실을 수 있도록 보다 가볍고 튼튼한 소재 개발이 요구된다.

일정 고도에서 분리된 1단 로켓은 공중에서 비스듬히 누워 탄도비행을 한다. 목표한 지점에 정확하게 착륙하려면 비스듬히 누워 내려오던 로켓을 일정 고도에 이르렀을 때 수직으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발사할 때 사용하고 남은 연료를 이용해 정확한 시점에 엔진을 재점화해야 하는 데 여기에 맞게 남은 연료를 정확하게 연소실로 주입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로켓이 비스듬히 누워있다면 남은 연료가 한쪽으로 쏠려 연소실에 안정적으로 연료를 공급하기 힘든데 이런 부분까지 고려해 설계했다. 로켓의 탄도 비행 속도에 따라 재점화된 엔진의 추진력을 조절해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선 연료 밸브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제어해야 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연료의 양을 조절해 추진력을 제어하면서 속도와 자세를 잡는 기술은 지금까지 개발된 모든 발사체 운용 기술을 총동원해야 하는 극한의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에 따르면 최근 선보인 팰컨9의 ‘블록(Block)5’ 버전은 간단한 검사만 받고도 10번이나 재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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