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압수수색' 호통친 직후 검찰 영장 기각…"방역당국과 소통"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20.03.0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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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여권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또다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필요성을 두고 검찰 압박에 나섰다. 방역당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내세운 검찰을 향해 방역당국 역시 입장이 달라졌다며 압수수색을 종용하고 나섰다. 그러나 검찰은 일단 압수수색에 신중한 기존 입장을 유지하며 '신천지 수사'를 놓고 정부·여당과 아슬아슬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4일 검찰과 대구경찰청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대구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3일 재신청한 신천지 대구교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 2일 한차례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한 바 있다. 교인 명단을 누락해 제출하거나 관련 사실을 숨긴 행위들이 역학조사와 방역활동을 방해한 고의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기각 결정도 고의성 입증이 부족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날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반려한 사실이 알려지자 여당은 이날 일제히 "국민 법 감정과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검찰을 강력 비판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추 장관이 지난달 28일 대검찰청을 통해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일선 검찰에 지시한 상황에서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대구지검의 압수수색 영장 반려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고 매우 이례적"이라며 "지금이라도 경찰이 다시 영장을 신청하고 검찰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추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방역당국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검찰을 보다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구경찰의 영장 신청을 반려한 것에 대해) 대검에서는 질병관리본부 입장을 따라 반려했다고 하는데 어제부로 질본 입장이 바뀌었다"며 "지금도 (압수수색에) 상당히 실기하고 있다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신천지 신도들의 잠적 우려 때문에 압수수색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중대본도 대검에 신천지 신도 명단 확인이 필요하다는 업무 연락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대정부 질문에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강제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직접 요청했다"고도 말했다.

대검이 방역당국과의 협조를 내세워 압수수색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방역당국의 필요에 따라 검찰이 이제 압수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이기도 하다.

그러나 추 장관이 국회에서 검찰을 향해 압수수색 필요성을 쏟아내고 난 직후 검찰은 대구경찰서가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 사실상 수사지휘를 내린 추 장관의 지시를 거부했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업무 연락의 구체적 내용을 확인해 주기는 어렵다"며 "대검은 중앙 방역당국과, 각 지검은 지방 방역당국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검찰은 방역 당국의 방역을 도와주는 수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대본과 검찰에 따르면 지난 2일 중대본은 대검 측에 "각 지자체와 언론 등에서 신도 명단 누락 가능성을 지속 제기하고 있으므로 신천지 측이 제공한 정보를 확인할 필요도 있다"는 취지의 업무연락을 송부했다. 다만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 등의 표현이나 이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대본 등 방역당국 측에선 전날에도 신천지 신도 명단의 불일치 문제가 현재 시급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지 않았으며 검찰 역시 방역당국과 수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전달받거나 요청받은 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관련 정부 컨트롤타워 관계자는 "신천지 신도 명단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감염 확산 경로지, 신도 진위 가리기가 아니다"며 "신천지 교인들로 확산되는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목표는 현재 확보된 명단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선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 준비를 마치게 되면 검찰 입장이 바뀔 수 있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사건이 배당된 수원지검 역시 고발인 조사 등을 통해 신도 명단 불일치 사례 등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인들은 신천지 측이 특정 교인들의 명단을 고의로 누락하기 위해 이미 탈퇴한 교육생 신도 명단을 대신 집어넣는 방식으로 명단을 왜곡해 제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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