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오세훈법'에 걸렸다?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2020.03.04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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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자유한국당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면접 대기실을 나서고 있다. 2020.2.12/뉴스1(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자유한국당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면접 대기실을 나서고 있다. 2020.2.12/뉴스1


4·15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선거구민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인데 오 전 시장이 2004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이른바 ‘오세훈법’이다. 검찰 수사와 사법 판단에 따라 혐의가 인정될 경우 ‘오세훈’이 ‘오세훈법’으로 처벌받게 된다.

4일 검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광진구선거관리위원회는 이달 2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오 전 시장을 서울 동부지검에 고발했다. 동부지검은 사건을 담당 수사부서에 배당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설·추석 명절마다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과 청소원 등 5명에게 1회당 5만원~10만원씩 총 120만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 제1항에 따르면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는 당해 선거구안에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 또는 당해 선거구의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광진구선관위는 올해 4.15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9월 추석 명절부터 정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입후보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위반사례를 집중 단속해왔다.

공교롭게도 오 전 시장이 위반 혐의를 바는 공직선거법은 지난 2004년 오 전시장이 주도해 만든 법안이다. 변호사 출신인 오 전 시장은 2004년 3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간사를 맡아 이른바 ‘오세훈법’이라 불린 정치개혁 3법(정당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개정안 통과를 주도했다.

당시는 한나라당이 2002년 대선 때 기업으로부터 ‘차떼기’ 수법으로 거액의 정치자금을 받은 게 문제가 되면서 음성적인 정치자금 근절에 대한 여론 요구가 높았다.


오 전 시장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법안 통과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오세훈법’이란 별칭이 붙었다. 또 정당법을 개정해 지구당을 폐지하고, 당원들의 자발적인 조직인 당원협의회를 운영토록 했다.

법인과 단체 등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하고 지구당을 폐지하는 이 법안은 현재까지도 큰 변화 없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선관위의 검찰 고발 관련 입장문을 내고 “설 명절을 맞아 수고비를 10만원씩 드린 것”이라며 “설 직후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난다는 말을 듣고 즉시 양해를 구하고 회수했다”고 해명했다.

오 전 시장은 “제 불찰”이라면서도 “법률가인 저로서는 매년 명절마다 행해 오던 격려금 지급이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아무리 선거법이 엄하다고 하나,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처벌받을 일인지 의문”이라며 “경솔한 처신을 크게 반성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 전 시장의 맞상대는 더불어민주당이 전략 공천한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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