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0.5%p 전격 금리인하…파월, 추가인하 시사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3.0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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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전격 인하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연준이 정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를 거치지 않고 금리를 긴급 인하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여만에 처음이다.



파월 "코로나19 사태 따라 통화정책 맞춰갈 것"
연준은 3일(현지시간) 긴급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1.00~1.25%로 종전 대비 50bp(1bp=0.01%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통상적인 금리 조정폭인 25bp의 2배에 해당하는 이른바 '빅컷'(big cut)이다.

오는 17~18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정례 FOMC 회의를 앞두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FOMC 회의를 열고 선제적으로 금리인하를 결정한 셈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인하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지만, 우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위험을 보고 행동하기로 결정했다"며 "정책 수단을 사용하고, 적절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은 코로나19의 확산 사태에 따라 통화정책을 맞춰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과의 정책공조 노력도 전했다. 파월 의장은 "다른 중앙은행들과도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며 "G7(주요 7개국) 성명은 모든 정책 수단을 사용하겠다는 공조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G7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컨퍼런스콜(전화 회의)을 가진 뒤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모든 정책수단을 다 동원하고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G7은 미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등을 말한다.

美연준 0.5%p 전격 금리인하…파월, 추가인하 시사
"양적완화는 고려 안해"
파월 의장은 그러나 "기준금리 인하 이외에 다른 정책수단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양적완화(QE) 재개' 가능성은 일축했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코로나19가 경제활동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며 "이런 리스크의 관점에서 최대의 고용과 물가 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FOMC가 금리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FOMC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과 경제 전망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경기를 떠받치기 위한 정책수단을 사용하며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준의 대폭적인 금리인하는 이미 시장이 예상했던 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전날부터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이달 중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할 가능성을 100% 반영하고 있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28일 긴급 성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동원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사실상 금리인하를 예고한 바 있다.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문구는 지난해 연준이 3차례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동안 정책성명에 담겼다가 10월 마지막 금리인하 이후 삭제됐던 표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전격 금리인하에도 뉴욕증시는 약세
그동안 연준은 현재 1.50∼1.75%의 기준금리 수준이 적절하다며 금리 동결 기조를 고수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식시장 폭락이 계속될 경우 금융시스템이 훼손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통화완화 기조로 급속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의 잰 해치어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타격을 상쇄하기 위해 3월부터 6월까지 3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의 전격적인 대폭 금리인하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날 뉴욕 주식시장은 약세를 보였다. 이미 시장이 예상했던 조치일 뿐 아니라 연준이 향후 경기를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로이터통신은 풀이했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전략가는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은 수요 부진을 해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공급망 중단 등 생산 충격에는 효과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준에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준의 금리인하 발표 이후 트위터를 통해 "연준이 금리를 내렸지만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통화 완화와 금리인하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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