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HMC 내과 전문의 조너선 라이 (조너선 라이 제공)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의대 입학 전부터 사진 촬영을 좋아했던 라이는 병원에서 근무하면서도 취미삼아 직원들의 모습을 종종 찍어 이미 병원 내 비공식 사진사로 유명했다.
라이는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수차례 수술·치료로 지친 환자들의 모습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병마와 맞서 싸워 치료가 끝난 후의 복잡미묘한 감정까지도 카메라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병원 내 정보광장 건물에서 열린 라이의 사진전엔 암을 이겨낸 환자 10명의 초상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과 함께 정신과 의사 티케네 보스가 작성한 인터뷰엔 암환자들의 '삶에 대한 의지'가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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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C병원에서 유방암 진단을 받았던 환자 이마 (조너선 라이 제공)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하지만 지금은 내 자신을 아름답고 여성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난 의도적으로 보형물을 착용하지 않았어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장하고 암을 이겨낸 내가 대견했으니까요. 그리고 그게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나는 암으로 인해 새로운 몸을 갖게 되었고, 그 새로운 몸에 감사합니다.
저는 병을 이겨내고 작년엔 딸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는 매일 매일 새롭게 자라고 저에게 삶의 새로운 희망을 줍니다.
▶크라인(Krijn·65) = 3년 전 5월 종양 때문에 뇌출혈이 왔고 그 뒤 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제 끝이구나, 죽음만이 날 기다린다고 생각했어요. 수술로 종양은 대부분 제거하긴 했지만 6주간 매일같이 화학요법과 방사능을 이용한 항암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때 삶을 되돌아보면 매우 지치고 피곤해서 말을 거의 할 수 없을 정도였죠.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한 건 암으로 죽어선 절대 안 된다는 것이었죠. 암을 겪은 뒤 내 인생은 더 풍부하고 성숙해졌습니다. 난 긍정적으로 변했고 만사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의료진에게 무한한 신뢰와 믿음을 갖게 됐습니다.
이젠 이 병을 함께 앓는 환자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모두 힘내세요! 이겨 내세요! 당신이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네덜란드 헤이그 HMC 소재 병원 전경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병원 내 작은 이벤트로 그칠 수 있었던 이 사진전은 의료진, 환자와 그 가족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공개되면서 '삶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보는 중요한 기회가 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라이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이 사진전을 통해 사람들이 '사망선고'와도 같은 암 진단부터 험난한 치료과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한국 독자분들이 직접 전시에 올 순 없겠지만 이들 암환자와 의료진의 긍정적인 힘이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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