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기다리던 IPO 시장 '코로나 한파'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2020.03.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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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역대 최대 시장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를 모은 IPO(기업공개) 시장에 코로나19(COVID-19)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기업 실적과 밸류에이션, 투자심리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인 만큼 장기화 될 경우 IPO 시장 위축도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5.50p(0.78%) 상승한 2,002.51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93p(2.77%) 상승한 627.66, 원·달러 환율은 20.00원 하락한 1,193.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0.3.2/뉴스1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5.50p(0.78%) 상승한 2,002.51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93p(2.77%) 상승한 627.66, 원·달러 환율은 20.00원 하락한 1,193.7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2020.3.2/뉴스1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에스씨엠생명과학(SCM생명과학)은 공모 일정을 연기했다. 오는 9~10일 예정된 수요예측을 18~20일로 미뤘다. 지난해 12월 상장심사를 통과한 SK바이오팜과 엘이티는 아직 공모 일정을 확정하지 못 했다. 개별 기업마다 여건은 다르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시장 환경이 급변한 데 따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이미 상장심사를 통과한 SK바이오팜뿐 아니라 태광실업,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호반건설, SK매직, 현대카드, CJ헬스케어 등이 IPO를 준비하면서 시장 규모가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터라 시장 관계자의 상실감이 더욱 크다. 공모 시장 최대 관심사인 호텔롯데 역시 코로나19로 IPO 계획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부 대어급 기업 중에서도 IPO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게 아니냐 고민을 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코스닥 시장보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준비하는 대어급 거래(딜)일수록 코로나19 영향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가치가 큰 기업일수록 공모 규모가 크고, 자연스럽게 밸류에이션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당장 올해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데다 주식시장 침체로 동종업계 가치가 떨어지면서 만족할 만한 평가를 받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또 대어급 기업의 경우 원활한 공모를 위해 해외 IR(투자자 관계)이 필수적인데, 코로나19로 해외 일정을 잡기 어렵다는 점도 IPO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중국과 사업 연관성이 있는 기업은 사실상 IPO 작업이 중단된 상태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중국과 수출입 등 교역에 제한이 생기고, 현지 생산시설의 가동률이 떨어질 뿐 아니라 현지 소비 심리마저 위축되면서 사업 자체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IPO 시장은 통상적으로 사업보고서나 감사보고서 제출이 완료되는 3월 이후부터 심사청구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데, 올해는 코로나19로 심사 청구 기업이 눈에 띄게 감소할 수 있다"며 "사실상 올해 상반기 IPO는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대목 기다리던 IPO 시장 '코로나 한파'
IPO를 준비하는 발행회사뿐 아니라 한국거래소와 증권사 IB(투자은행)도 비상이다. 우선 IPO 시장 관계자들은 기업 실사 등 기초적인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

IB 관계자는 "발행회사나 증권회사 서로 코로나19 운영 수칙 등에 따라 실무자를 만나거나 회사를 방문하는 등 기본적인 업무가 잘 돌아가지 못하고 있어 IPO 관련 절차를 진행하기 어렵다"며 "실사를 못 하고 출장도 못 가기 때문에 IPO를 준비하는 기업이 심사 청구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한국거래소는 코로나19 영향에 대비해 발행회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상장 기간 추가 연장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6개월 안에 상장 절차를 완료해야 하는데, 시장의 급격한 변화 등이 있을 경우 거래소 판단에 따라 추가로 6개월을 연장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만약 코로나19로 IPO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있다면 상장 기간 연장 등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며 "거래소 차원에서도 외부 접촉을 가급적 자제하는 등 IPO 작업에 어려움이 있지만, 발행회사의 IPO를 지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벌써부터 IPO 기업 중 공모 과정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드는 등 코로나19로 악영향을 받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 될 경우 대기업은 물론이고 코스닥에 상장하려는 중소·중견 기업 전반적으로 회사 실적이나 밸류에이션 문제로 당분간 IPO 수요가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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