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재건축에 눈 돌리는 부동산신탁

머니투데이 이소은 기자 2020.03.10 07:00
글자크기

한자신, 방배삼호 12·13동 재건축...내실 다지는 신탁사, 소규모 정비사업 주목

미니 재건축에 눈 돌리는 부동산신탁


부동산 신탁사들이 미니 재건축,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그간 외면했던 소규모 정비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실을 다지고 정비사업 노하우를 익혀 새 먹거리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다.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는 최근 방배삼호아파트 12·13동 소규모 재건축정비사업 사업시행자로 한국자산신탁을 지정 고시했다. 전용 129㎡ 96가구를 재건축해 아파트와 오피스텔 총 145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한국자산신탁은 상반기 중 주민총회를 개최해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오는 10월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동시에 신청한 후 내년 5월 착공, 2024년 준공이 목표다.

이 단지는 작년 7월 주민 총회를 통해 조합 방식 대신 신탁방식 재건축을 하기로 결정했다. 신탁방식 재건축은 부동산 신탁사가 수수료를 받고 조합을 대신해 정비사업의 지정개발자(대행자 등)로 정비사업 전반을 이끄는 방식이다. 부동산관리·개발 전문회사가 중심이 돼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추진위 및 조합설립 과정을 건너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전체 재건축 사업 기간을 1~3년 가량 단축시킬 수 있다. 정비사업 조합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각종 부조리, 비리 등도 예방할 수 있다.



이전까지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시공사(건설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신탁사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신탁사들은 초반에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강동구 삼익그랜맨션2차 등 대규모 사업장 위주로 수주에 나섰으나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정비사업 노하우가 없다는 게 약점으로 부각됐다.

미니 재건축에 눈 돌리는 부동산신탁
신탁사들은 최근 내실을 다지는 차원에서 가로주택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대규모 재건축 사업에 비해 수익성은 낮지만 규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다. 안전진단 절차가 생략되고 도시건축심의를 통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 인가를 동시에 받을 수 있어 일반 정비사업 대비 속도도 월등히 빠르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주택 소유자 입장에서도 신탁방식이 유리하다. 통상 자금 조달 및 시공사 찾기가 쉽지 않아 표류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탁사가 신용을 제공함으로써 이런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신탁방식이 도입되면 정비사업 진행을 위한 사업비를 신탁사가 조달해 조합방식과 비교해 자금조달 부담이 완화된다.


방배삼호 12·13구역 외에도 소규모 정비사업에서 신탁사들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무궁화신탁은 지난달 부산 남구청으로부터 용호동 삼월주택 소규모재건축 사업의 사업대행자 지정고시를 획득했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해 9월 대구 도원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사업시행자로 지정돼 현재 시공사 선정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9월 사업시행자로 지정·고시를 받은 지 6개월만이다.

소규모 정비사업 중심의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신탁사들도 늘고 있다. KB부동산신탁은 도시정비사업부를 본부로 승격하고 사업대행자방식, 소규모 정비사업 등으로 사업 구조를 확대할 계획이다. 대신자산신탁도 가로주택정비사업·도심정비 등 도시재생 사업과 뉴스테이 등 장기임대주택 사업으로 보폭을 확대한다는 목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