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 폐쇄되었던 국회가 방역을 마치고 정상화된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민원실 외부에 '코로나 바이러스-19' 의심증상자 격리공간이 설치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우리 일상을 바꿨다. 이름마저 생소한 자가격리자가 늘었고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확진자 동선을 직접 취재하는 언론계 직군도 예외는 아니다. 31번 환자가 신천지 교회를 방문하면서 대구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한 날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도 자가격리와 재택근무를 병행했다.
기자가 자가격리 중인 방/사진=이강준 기자
안방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자 '일상적인 주말은 이제 끝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기자에게 허락된 휴일은 6~7평 남짓한 안방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이다.
자가격리 4일차~6일차…"생애 첫 재택근무, 편하지만은 않았다"
방에 비치된 세정제와 마스크./사진=이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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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대구 경북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대구를 방문한 기자는 14일간 재택근무 하라"는 추가 지침을 내렸다.
생애 첫 재택근무였지만 즐겁지는 않았다. 몸은 편했지만 일의 효율이 나지 않았다. 1시간이면 쓸 수 있는 기사를 3시간 이상 붙들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사회부 기자 특성상 현장에 나가서 취재를 해야 하지만 방에서 나갈 수 없으니 일 자체를 하는 것도 어려웠다.
답답함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기존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단 하나도 편하게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식사는 무조건 방안에서 혼자 해야 했고 안방 문 밖으로 나가려면 세정제를 손에 닦은 후 마스크를 해야 했다. 집이었지만 마른 기침이 나오면 기침 소리에 가족이 불안해하지 않게 입을 가렸다.
필요한 게 있으면 가족에게 전화를 하거나 '카톡'을 보냈다. 대화가 완전히 단절됐다.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기분도 유쾌하진 않았다.
7일차~10일차…"평범한 일상이 감사해졌다"
자가격리 중인 기자의 방 문./사진=이강준 기자
호흡기 증상은 없었지만 몸이 무거워지면서 컨디션 난조가 찾아왔다. 스마트폰과 모니터를 너무 오래 쳐다봐 두통이 자주 찾아왔다.
가장 그리운 건 '사람'이었다. 10일간 급하게 각자 방으로 피신하는 가족들의 뒷모습 말고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다. 습관적으로 하던 '점심 후 사람들과 커피 한 잔'이 그리워졌다. 키보드 소리만 울리는 고요한 방안이 아니라 사람들 수다로 시끄러운 맛집, 카페들이 간절해졌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한달이 넘었다. 이후 기쁜 소식이나 좋은 뉴스를 하루에 한 번 듣기도 어려워질만큼 상황은 악화됐다.
자가격리자들은 그럼에도 묵묵히 자신을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 27일부터 자가격리 중인 A씨(25)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자가격리자인 직장인 B씨는(26) "일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료진에 비하면 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