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없어요"…사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비상장 종목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2020.03.0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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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대해부]토스·카카오페이가 사용하는 API 제공하는 쿠콘, 내년 초 상장 목표

편집자주 [편집자주] 매일같이 수조원의 자금이 오가는 증시는 정보의 바다이기도 합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거품을 잡아 손실을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상장기업뿐 아니라 기업공개를 앞둔 기업들을 돋보기처럼 분석해 '착시투자'를 줄여보겠습니다.

쿠콘 연구소 전경 /사진제공=쿠콘쿠콘 연구소 전경 /사진제공=쿠콘


지난달 중순 신용카드 회사인 비자(VISA)가 미국의 스타트업 플레이드(Plaid)를 인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수 금액은 무려 53억달러(약 6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3년 설립된 플레이드는 미국, 캐나다 금융기관과 연동되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회사다. 직원 수는 300여명으로 주로 벤모(Venmo)와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이 스타트업이 6조원이 넘는 가격에 인수된 것을 두고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데이터와 핀테크(finance와 technology의 합성어) 산업의 높은 성장 잠재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에도 플레이드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기업이 있다.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 거래) 핀테크 서비스의 선두 주자 웹케시 (9,430원 ▼150 -1.57%)의 계열 회사인 쿠콘이다. 쿠콘은 30여개국 2500여 금융기관에서 수집하는 5만여건의 정보와 지급결제 서비스를 150여종의 API로 가공해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국내의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 토스가 고객들에게 맞춤형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금융기관에서 직접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는 작업이다. 이 때 쿠콘의 대출한도 및 금리조회 API를 활용하면 일이 훨씬 쉬워진다. 쿠콘이 수많은 금융기관과 핀테크 업체들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웹케시 연구소로 출발…토스·네이버·카카오페이가 고객사
당초 웹케시의 연구소로 출발한 쿠콘은 2006년 12월 독립해 문을 열었다. 회사 설립 이후에는 6년여간은 이렇다 할 비즈니스 모델 없이 데이터 수집에만 열을 올렸다. 국내 모든 은행과 증권사, 카드사에 정보중계망을 구축했다. 그 결과 현재의 방대한 데이터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고 한다.

김종현 쿠콘 대표는 "쿠콘의 주요 고객은 금융기관과 핀테크 기업"이라며 "쿠콘의 API 상품은 개인 통합 자산관리 서비스, 개인 맞춤형 상품 추천, 계좌 개설 및 대출 비대면 서비스 등 각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의 핵심 기능을 구현하는 데 활용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들이 모두 쿠콘의 API 상품을 사용하고 있다. 토스는 대출한도 및 금리조회 API를, 네이버는 은행 계좌조회 API를, 카카오페이는 신분증 진위여부 API 등을 이용 중이다. 개별 기업 뿐 아니라 조달청, 국민연금공단, 육군본부, 교육부 등의 기관도 쿠콘의 상품을 활용하고 있다.

5년여 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쿠콘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I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사로부터 가입시 최초 1회 도입비를 받고 이용기간 내 매월 이용료를 따로 받는다. 한번 쿠콘의 API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 그 편의성 때문에 쉽게 그만두기가 어렵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기존 고객의 매출은 연간 20%씩 자연 증가하고 있으며 신규 고객이 매주 10여개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쿠콘의 고객사는 4000개가 넘는다. 특히 이 같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다년간 정보를 수집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진입장벽이 매우 높다는 설명이다.

"'데이터 3법'이 쿠콘의 새로운 성장동력"…유망 스타트업 지원도
증권업계에서는 이른바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것이 향후 쿠콘의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데이터 3법의 골자는 데이터 활용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다양한 산업군에 흩어져 있는 개인들의 데이터를 금융산업 데이터와 연결하는 마이데이터 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 기업들이 데이터 3법을 발판으로 쿠콘의 API 서비스를 더 적극 활용함으로써 다양한 신사업의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며 "이는 쿠콘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데이터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쿠콘은 더 먼 미래를 위한 투자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금융 분야 외에도 의료, 에너지, 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쿠콘은 먼저 헬스케어 시장 확대에 대응해 보건·의료, 건강, 복지 관련 정보 분야에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외부 API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휴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쿠콘은 향후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겠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고객사들의 사업이 잘 되고 관련 시장이 커질수록 자신들의 사업도 번창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의 인슈어테크(insuarance와 technology의 합성어) 기업 보맵이나 국내 최대 대출 연계 플랫폼 핀다와 같은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초기 투자와 기술 지원을 해주는 식이다. 보맵의 경우에는 초기에 API를 무상 지원해줬다.

이 밖에 쿠콘은 현재 전체 매출액의 10%대인 글로벌 매출 비중을 향후 30% 수준까지 높이기 위해 중국과 일본, 캄보디아, 호주 등에 글로벌 정보센터도 구축했다.

김종현 쿠콘 대표 /사진제공=쿠콘김종현 쿠콘 대표 /사진제공=쿠콘
매년 영업이익 50% 넘게 성장…"내년 초 상장이 목표"
쿠콘은 하나금융투자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초 코스닥 시장 상장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핵심 자회사를 차례로 상장시켜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웹케시그룹의 장기 계획의 일환이다. 쿠콘에 이어 2023년에는 경비지출관리 솔루션 운영업체인 비즈플레이의 상장을 진행할 방침이다.

쿠콘의 최근 실적 성장세는 계열 회사인 웹케시의 성장세를 뛰어넘는다. 지난 3년간 영업이익이 매년 50% 이상 상승하고 있다. 매출액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146억원 △249억원 △395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3억원 △36억원 △63억원으로 성장했다. 올해와 내년도 영업이익 목표치는 각각 85억원과 130억원이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이 같은 쿠콘의 실적 목표가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콘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 금융기관과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해 정보를 활용하는 B2B 전문 기업"이라며 "일본 국민 앱 라인에도 쿠콘 API가 탑재되는 등 글로벌 사업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콘의 인기는 비상장 주식 거래 시장에서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1주에 4만원선에서 거래가 되고 있는데 실적 개선세가 좋고 상장을 앞두고 있어 매도 물량 자체가 많지 않다"며 "사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웹케시의 사업 다각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회사인 쿠콘이 상장하면 향후 웹케시그룹의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웹케시는 지난해초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현재까지 주가가 2만8500원에서 4만500원까지 42%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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