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中 유학생도 울분…"중국인 입국 금지해라"

머니투데이 오진영 인턴기자, 강민수 기자 2020.03.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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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성균관대학교 교정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오진영 기자27일 성균관대학교 교정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 오진영 기자


"지금이라도 중국인 막자. 정부 책임 크다"

"이미 외부 유입에서 내부 확산으로 변했다. 의미 없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는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들의 대거 입국이 예고된 대학가가 둘로 쪼개졌다. 몇몇 대학생들은 "초기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고 날을 세웠으며, 일부 대학생들은 "정부는 할 만큼 했다"며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국 유학생 입국 금지를 두고서도 입장은 엇갈렸다. "지금이라도 입국 금지해 추가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대학생들이 있는 반면, 중국 유학생과 일부 대학생들은 "이미 입국 금지는 의미가 없다"며 지나친 '중국인 차별'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중국인이지만 입국금지 찬성합니다"
27일 서강대학교 외국인 기숙사로 외국인 유학생과 가족이 들어서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27일 서강대학교 외국인 기숙사로 외국인 유학생과 가족이 들어서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27일 기자가 찾은 대학가는 한산했다. 작년 이맘때 개강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들로 북적대던 캠퍼스엔 이따금 지나가는 배달 오토바이 외엔 인적을 찾기 힘들었다. 일부 대학생들은 "진작에 입국 금지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성균관대학교에 재학 중인 황인찬씨(24)는 "위험 앞에서 안일하게 대처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신천지 사태로 감염이 악화된 것은 맞지만 중국인 입국금지는 별개 사안"이라면서 "자국민 보호는 국가의 최우선적인 책무다. 입국금지는 전혀 과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중국인이지만 입국금지가 옳다'는 입장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랴오닝 출신의 경희대 재학생 A씨(24)는 "이번 방학 때 중국이 위험한 것 같아 고향에 가지 않았다"며 "가족 보고 싶은 것도 참아가며 한국에 남았는데 중국 다녀온 사람들이 마구 들어오는 게 말이 되나"고 울분을 토했다.


대학들도 중국 유학생 관리에 고심 중이다. 성균관대학교는 최근 14일 이내 중국에 다녀온 학생들에게 1인 1실을 배정하고 기숙사 격리에 들어갔다. 중앙대학교는 별도로 분리된 기숙사를 운영 중이며, 서울대학교는 14일간 후베이성에 다녀온 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했다.

이미 입국 금지는 의미 없어…'중국인 차별 반대' 목소리도
경희대학교의 한 건물에 출입통제 강화조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오진영 기자경희대학교의 한 건물에 출입통제 강화조치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 오진영 기자
반면 '입국금지는 이미 효력을 다했다'는 입장의 대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건국대학교에 재학 중인 중국 국적의 완원철씨(24)는 "입국금지하려면 2달 전에 했어야 했다. 이미 코로나19는 외부 유입에서 내부 확산으로 바뀌었다"며 "지금 시급한 것은 입국 금지가 아니라 한국 사회 내의 바이러스 전파 문제"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국적의 서강대학교 대학원생 B씨(29)는 "처음이라면 몰라도 지금 중국인 입국금지를 해 봐야 큰 의미가 없다"며 "정부는 중국인 입국 금지보다 마스크 수급·지역확산 방지 등 당면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입국금지 여부에 관계 없이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지나친 혐오를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대만 국적의 성균관대 유학생 황모씨(24)는 "중국을 싫어하고 입국 금지는 당연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그와는 별개로 모든 중국인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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