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tvN
기획의도가 정말 좋다. 그것이 바로 '더블 캐스팅'이 자신 있게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는 힘이 됐을 터다. 하지만 아직은 그 힘을 온전히 다 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기대와 달리 밋밋하다. 방송은 앙상블에 대한 찬가로 시작된다. 배우 마이클 리, 한지상, 이지나 연출 등 출연진들은 “앙상블은 뮤지컬의 없어서는 안 될 필연적 존재, 앙상블이 없으면 뮤지컬이 없다” “앙상블은 작품의 품격이다. 모든 것을 끌고, 지고, 업고 나간다”고 말한다. 맞다. 앙상블은 뮤지컬에 굉장히 중요하다. 영화로 치자면 그들은 배우이자 OST이고, 미장센이자 로케이션이 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이후 펼쳐지는 경연은 여타 오디션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오히려 다른 프로그램보다 싱겁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건 참가자들이 바로 현역 앙상블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은 프로다. 데뷔를 바라는 일반인, 혹은 아이돌 연습생을 대상으로 했던 지금까지의 오디션 프로그램과는 다른 출발선에 서 있다. 여기서 '더블 캐스팅'의 딜레마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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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쉬운 건 심사위원 구성이다. 총 5명의 심사위원 중 무려 4명이 현역 배우들이다. 무대 종합 예술인 뮤지컬임을 감안한다면 보다 다양한 그림이 가능했을 터다. 스타 제작자도 많고, 음악 감독도 많다. 물론 뮤지컬이 생경할 대중들을 위해 그간 TV에 자주 얼굴을 비췄던 익숙한 얼굴로 심사위원 자리를 채운 것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이들은 참가자 중 대다수와 무대 위에서 연기와 노래를 함께 했고, 무대 뒤에서 피땀을 같이 흘렸으며, 무대 밖에서는 형, 누나, 동생으로 함께 술잔을 기울였을 사이다. 그리고 '더블 캐스팅'이 종영한 뒤에도 다시 만나 공연을 올릴 관계다. 물론 여기에 따르는 재미도 있다. 친분이 있기에 좋은 무대를 펼친 참가자에게 진심 어린 축하와 찬사가 펼쳐진다. 이를 보는 시청자는 절로 흐뭇한 미소를 안긴다. 그러나 참가자들에게는 정확한 지적과 조언이 필요하다. 대체로 모든 심사평이 무르다.
단지 친하기에 날선 비판이 힘들 것이라는 1차원적인 접근이 아니다. 참가한 앙상블 중엔 중-소극장 주조연으로 활약하는 배우도 있다. 작은 배우는 있어도 작은 배역은 없다고 했다. 많게는 10년 넘게 현역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도 있다. 대극장 주연에 서는 배우들이라고 해서 앙상블 배우들의 실력을 마냥 꼬집을 수는 없는 위치라는 것도 이해한다. 제작진이 캐스팅 보드의 권한을 쥐고 있는 그들에게 심사위원이라는 말 대신 멘토라고 이름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나 칭찬 일색이니 프로그램이 심심하다. 누군가는 악역을 담당해야 한다.
실제로 여타 멘토와 입장이 다른 이지나 연출은 방송 내내 연출자의 입장에서 왜 탈락 버튼을 누르는지 조리 있게 설명한다. 연출이란 평소 캐스팅 권한을 쥐고 있는 한 사람 중 하나다. 그런 사람이 전하는 평가는 다 피가 되고 살이 될 소중한 한 마디가 아닐까? 방송 내내 한지상이 강조한 “배우는 발칙해져야 한다”는 말은 꼭 참가자를 향해서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란 이야기다. 보다 과감하고 정확한 조언과 지적은 참가자, 그리고 시청자를 이해시키기 위해선 필수 요소다..현 심사위원들의 분발이 필요하다. 쓴 소리도 해야 방송도 살고 후배들도 발전할 수 있다. .
이제 걸음마를 뗀 '더블 캐스팅'이다. '더블 캐스팅'은 단점보다 장점이 많은 프로그램이다. 악마의 편집보다는 정공법으로 참가자들을 따뜻하게 조명하며,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화제가 될 법한 다양한 사연들도 탑재했다. 연뮤덕(연극 뮤지컬 덕후)을 즐겁게 할 지점과 머글(뮤지컬 초심자)에겐 새로운 재미를 안길 요소가 충분하다. 부디 정체된 뮤지컬 신에 새로운 바람을 강력하게 일으켜주길, 이제 첫발을 뗀 '더블 캐스팅'의 행보에 응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