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가파르게 하향되는 중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지난 연말 전망치(24조7571억원)와 비교하면 1월 말(23조4822억원)에는 5.1% 하향조정됐고, 이달 25일 나온 전망치는 이보다 6.4% 더 낮아졌다. 불과 2개월 만에 전망치가 2조7739억원(-11.2%) 줄어든 것이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물경제 위축은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고 그 영향이 1분기에 특히 집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간 산업 뿐 아니라 여행, 레저, 패션, 유통 줄줄이 어닝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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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전망치를 보면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철강 등 기간 산업 뿐 아니라 여행, 레저, 패션, 유통 등 내수기업도 전반적으로 실적 전망치가 좋지 못하다.
컨센서스가 가장 좋지 못한 것은 항공과 여행업종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고 반등을 시도하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라는 암초에 부딪쳤다. 특히 중국, 동남아, 일본 등 LCC의 주력 노선운행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지난달 말 집계된 제주항공 (10,840원 ▲20 +0.18%)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09억원이었는데, 이달 25일 집계치는 121억원 영업적자로 나왔다. 이 밖에 △티웨이항공 (2,620원 ▼5 -0.19%) 252억→75억원 △대한항공 (20,800원 ▲200 +0.97%) 1044억→862억원 △모두투어 (16,650원 ▲260 +1.59%) 42억→68억원 적자 △하나투어 (63,900원 ▲4,000 +6.68%) 44억→66억원 적자 등이다.
중국 사업비중이 높은 상장사들도 실적전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LG화학 (373,500원 ▲500 +0.13%)은 영업익 컨센서스가 3057억원에서 1879억원으로 38.5% 하락했고 코스맥스 (9,500원 ▼10 -0.11%), 호텔신라 (57,600원 ▲600 +1.05%)도 30%대 하락률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150,600원 ▲4,500 +3.08%)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달 말 2135억원에서 지난 25일 기준 1688억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도 3367억원에서 3309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밖에 S-OIL과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 위메이드 (46,050원 ▲100 +0.22%), CJ CGV (5,700원 ▼30 -0.52%),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35,000원 ▼6,000 -2.49%), 롯데케미칼 (100,000원 ▼400 -0.40%), 코오롱인더스트리, 연우 (14,120원 ▲130 +0.93%) 등도 컨센서스 하향이 컸던 기업이다.
반면 컨센서스가 오히려 올라간 종목들도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인데 대표적으로 보험업계가 있다.
채권 운용이익 올라간 보험업계와 게임, 통신, 식품업체는 오히려 전망 긍정적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6.84포인트(1.28%) 내려 하락 마감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소비자들이 외출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게임업체들도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웹젠 (16,150원 ▼50 -0.31%), 네오위즈 (19,610원 ▼180 -0.91%), 컴투스 (38,700원 0.00%) 등의 전망이 나쁘지 않은 편이고 KT와 LG유플러스 (9,780원 ▲30 +0.31%) 같은 통신업체와 농심 (390,500원 ▼9,000 -2.25%), 삼양식품 (287,000원 0.00%) 등 식품업체도 비슷한 분위기다.
한국 GDP(국내총생산) 같은 거시지표는 물론,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쇼크가 예고된 만큼 당분간 주가는 하방압력을 거세게 받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도 많지만 전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상승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200은 물론 미국의 S&P500 소속 기업들도 올해 연간 실적전망이 하향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 경고음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팀장은 이어 "상장사들의 실적전망이 악화 됐으나 한국증시의 큰 폭 주가조정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PER(주가수익비율) 등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 2000선을 전후로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