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기업 재무제표도 감염됐다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한정수 기자, 정인지 기자 2020.02.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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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기업들의 1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컸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조업이 중단된 영향이 컸고, 내수와 수출시장마저 위축되면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시간이 갈수록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상장 기업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가파르게 하향되는 중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6.84포인트(1.28%) 내려 하락 마감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26.84포인트(1.28%) 내려 하락 마감한 가운데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 주요 상장사 168곳은 올해 1분기 21조983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22조5646억원)보다 2.58% 감소한 수치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것으로 증권사 리서치센터 3곳 이상의 전망치가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문제는 실적 전망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연말 전망치(24조7571억원)와 비교하면 1월 말(23조4822억원)에는 5.1% 하향조정됐고, 이달 25일 나온 전망치는 이보다 6.4% 더 낮아졌다. 불과 2개월 만에 전망치가 2조7739억원(-11.2%) 줄어든 것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1분기 한국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 간담회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물경제 위축은 벌써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고 그 영향이 1분기에 특히 집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간 산업 뿐 아니라 여행, 레저, 패션, 유통 줄줄이 어닝쇼크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증권사 전망치를 보면 반도체, 자동차, 조선, 화학, 철강 등 기간 산업 뿐 아니라 여행, 레저, 패션, 유통 등 내수기업도 전반적으로 실적 전망치가 좋지 못하다.

컨센서스가 가장 좋지 못한 것은 항공과 여행업종이다. 특히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보복에 따른 일본 불매운동으로 큰 타격을 입고 반등을 시도하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라는 암초에 부딪쳤다. 특히 중국, 동남아, 일본 등 LCC의 주력 노선운행이 잇따라 중단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다.

지난달 말 집계된 제주항공 (10,740원 ▼250 -2.27%)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109억원이었는데, 이달 25일 집계치는 121억원 영업적자로 나왔다. 이 밖에 △티웨이항공 (2,615원 ▼70 -2.61%) 252억→75억원 △대한항공 (20,250원 ▼300 -1.46%) 1044억→862억원 △모두투어 (16,430원 ▼530 -3.13%) 42억→68억원 적자 △하나투어 (57,500원 0.00%) 44억→66억원 적자 등이다.

중국 사업비중이 높은 상장사들도 실적전망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LG화학 (370,500원 ▼8,000 -2.11%)은 영업익 컨센서스가 3057억원에서 1879억원으로 38.5% 하락했고 코스맥스 (9,430원 ▼160 -1.67%), 호텔신라 (57,600원 ▲400 +0.70%)도 30%대 하락률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142,800원 ▼3,700 -2.53%)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달 말 2135억원에서 지난 25일 기준 1688억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LG생활건강 (371,000원 ▼10,500 -2.75%)도 3367억원에서 3309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이 밖에 S-OIL과 SK이노베이션 (103,800원 ▼2,400 -2.26%), 위메이드 (45,950원 ▼2,050 -4.27%), CJ CGV (5,790원 ▲70 +1.22%), 한화에어로스페이스 (234,000원 ▲8,000 +3.54%), 롯데케미칼 (97,300원 ▼2,900 -2.89%), 코오롱인더스트리, 연우 (14,120원 ▲130 +0.93%) 등도 컨센서스 하향이 컸던 기업이다.

반면 컨센서스가 오히려 올라간 종목들도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영향이 없거나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종인데 대표적으로 보험업계가 있다.

채권 운용이익 올라간 보험업계와 게임, 통신, 식품업체는 오히려 전망 긍정적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보험사들은 자산의 상당액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데,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면서 연일 채권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 (77,300원 ▼700 -0.90%)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897억원으로 1개월 전보다 22% 높아졌다.

소비자들이 외출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게임업체들도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웹젠 (17,200원 ▲440 +2.63%), 네오위즈 (19,550원 ▲280 +1.45%), 컴투스 (38,450원 ▼200 -0.52%) 등의 전망이 나쁘지 않은 편이고 KT와 LG유플러스 (9,690원 ▲10 +0.10%) 같은 통신업체와 농심 (373,500원 ▼6,500 -1.71%), 삼양식품 (271,000원 ▲2,500 +0.93%) 등 식품업체도 비슷한 분위기다.

한국 GDP(국내총생산) 같은 거시지표는 물론,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쇼크가 예고된 만큼 당분간 주가는 하방압력을 거세게 받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종목도 많지만 전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상승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200은 물론 미국의 S&P500 소속 기업들도 올해 연간 실적전망이 하향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 경고음이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팀장은 이어 "상장사들의 실적전망이 악화 됐으나 한국증시의 큰 폭 주가조정이 추가로 이뤄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PER(주가수익비율) 등을 감안하면 코스피지수 2000선을 전후로 바닥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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