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정당릴레이] “현행 규제는 ‘사상검열’의 기업 버전”…직접 뛰는 규제개혁당

머니투데이 이수연 인턴, 원준식 인턴 기자 2020.03.13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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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⑤규제개혁당 고경곤 창당준비위원장 "기업의 자유 획득할 때가 왔다"

[이색정당릴레이] “현행 규제는 ‘사상검열’의 기업 버전”…직접 뛰는 규제개혁당


기업인들이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IT·벤처 각 분야에 종사하던 이들은 '말'뿐인 정치권의 규제개혁 약속을 믿지 못한다. 위기 의식 속 지난달 21일 '규제개혁당' 창당을 선언하고 총선을 준비한다.

규제개혁은 역대 정권의 단골 메뉴였다. 문재인 정부도 혁신성장을 내걸었다. 정치권에서도 규제 개혁을 외쳤다.



개혁은 말뿐이었다. 쩌렁쩌렁한 '약속'과 달리 실제 20대 국회에선 혁신을 저해하는 법안이 적잖게 통과됐다. 지난 6일 국회 벽을 넘은 '타다금지법'이 대표적이다. 빅데이터·드론·자율주행 등 수많은 혁신 분야에서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기업인들이 직접 정치판에 뛰어든 배경이다.

'규제개혁당'은 창당선언문에서 △혁신가들이 꿈꾸고 실현할 수 있는 환경 조성 △젊은 세대의 도전을 위한 실험과 도전 기회 제공 등을 약속했다. 창업과 도전을 가로막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를 개혁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IT·벤처 기업인의 전문성과 구체성이 드러나는 공약도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스타트업 정당을 위한 창당 요건 완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의원별 재석·이석 시간 표시 △운수산업 진입 규제 완화 △게임산업진흥법 전면폐기 등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만난 고경곤 창당준비위원장은 지금의 상황을 '절벽'으로 비유했다. '데이터 3법'의 지연 통과, '타다 금지법' 등을 거론하며 창업과 도전이 규제에 가로막힌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에게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의 '절벽'을 무너뜨릴 규제개혁당의 계획과 포부를 물었다.

[이색정당릴레이] “현행 규제는 ‘사상검열’의 기업 버전”…직접 뛰는 규제개혁당

다음은 고 위워장과 일문일답.

-규제개혁당이 지향하는 핵심적 가치는 무엇인가.

▶여러 번 밝혔듯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는 것이다. 정부가 "너 이것만 해"하는 게 포지티브 룰이다. 네거티브 룰은 "이것만 하지 말고, 다른 건 다 돼"라는 것이지 않나. 네거티브 룰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거다.



봉준호 감독에게 "너는 전쟁 영화만 해"라고 했으면 기생충이라는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 거다. 공산주의를 찬양하는 영화가 아닌 한 허용해주지 않나. 그러니 아주 다양한 영화 실험이 나오고 결과적으로 아카데미 상도 받는 거다.

이제는 사상·문화에 이어 기업의 자유를 획득할 때가 왔다. 불과 30~40년 전에 사상의 자유를, 이어서 표현의 자유를 쟁취했지 않았나.

이젠 기업에서 좋은 서비스, 좋은 제품을 상상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는 거다.



-당 이름부터 ‘규제개혁당’이다. 규제개혁 외에 다른 이슈는.

▶규제 하나만 해도 해결할 게 100만 가지다. 규제개혁이 너무 좁은 아젠다가 아니냐고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규제 개혁 논의는 결국 공무원의 역할,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작은 정부론까지 간다. 또 규제개혁을 통해서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들의 사회안전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기본소득을 말하게 된다.

-정부 여당 규제개혁 성과는 어떻게 보나.

▶'데이터3법 통과했다'는 현수막을 보고 열 받아서 시작한 게 이 일이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스타트업들이 전시해놓은 유레카관을 보니 원격 의료, 디지털 헬스, 데이터 쉐어링 관련 스타트업들이 90% 이상 있는 거다.

하나하나 보니 현재 법상으로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이 시장도 우리가 놓치겠다고 생각하고 한국에 도착했는데 거리에 데이터3법 통과라는 플래카드 붙여져있는 거다. 약 올리는 것도 아니고.



CES에서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우버, 현대자동차를 진열해놓은 거 보고 박수 치며 자랑스럽다고 하더라. 심지어 라스베이거스 와서 우버 타니까 너무 편하다고도 하더라. 묻고 싶었다. 그렇게 편한 우버를 한국에서 왜 못 타게 하냐고. 그런데 택시 때문에 안된단다.

-정치권에서 택시기사 등 규제 완화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집단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나.

▶정부가 어떻게 이들에게 살길을 만들어주고, 이들을 재교육해서 기본소득 등을 통해 보호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이다.

우리한테 세금을 받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인 택시기사가 분신을 했다. 타다 때문에 분노해서가 아니다. 그 사람은 평생 택시 운전을 했고 택시운전면허가 노후를 보장해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타다가 나오니까 자기 미래가 무너진 거다. 이 사람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누가 만들어 주나. 국가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규제가 아예 필요하지 않다는 건가.

▶그러면 큰일 난다. 규제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네거티브 규제'라 하지 않는가. '독점하면 안 된다' 이런 조항은 만들어 놔야 한다. 그래서 우린 이름도 '규제혁파당'이라고 하지 않고, '규제개혁당'이라고 했다.

외국은 (기업체 내에) 규제, 법을 잘 준수하게 하기 위한 내부조직이 있다. CEO가 법을 위반한 정황이 포착되면 '준법감시인'이 지적한다. 기업인은 잘못하면 엇나갈 수 있으니 기업체 내에서 준법감시인을 두고 스스로 감시하는 거다.



기업체가 자유롭게 서비스를 내고 새로운 제품 내는 것을 허락해주되 기업체 내에 '준법 감시인'을 둬야 한다. 그런데도 잘못을 했다면 엄벌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징벌적 배상이다. 천문학적으로 몇조를 뜯어 기업을 망하게 해야 한다.

-총선에서 현실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나.

▶목표는 확실하다. 3% 얻는 것은 일도 아니다. 발기인 대회에서 3% 얻어서 정치하겠다는 젊은 사람들을 보내고 우리는 뒤에서 후원하자고 여러 번 다짐을 받았다.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우리를 대신해서 국회에서 규제개혁을 위해 싸우게 할 것이다. 우리가 3%, 5% 얻으면 정당들이 가만히 있겠나.

다음 선거할 때는 너도나도 자신들이 규제개혁의 신인 것마냥 떠들어대지 않겠나. 그럼 된다. 설령 3% 못 얻더라도 당의 규제개혁연구소는 계속 운영하면서 개별 입법을 저지할 것이다. 국회의원이 개별입법을 내면 규제영향 평가를 해 언론에 내고, 규제 때문에 피를 보는 기업들의 무료 소송대리를 해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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