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보상도 어렵고"…'코리아 포비아'에 여행 '셧다운'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2.27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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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금지·제한국 급증에 여행심리 위축…안전 보장 어렵고, 보상 절차도 까다로워

[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25일 인천국제공항 항공사 안내 전광판에 몽골 울란바토르행 항공편 결항을 알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 현재 이스라엘, 몽골, 홍콩, 대만 등 4개국에 대한 국제선 운항이 막힌 상황이다. 2020.02.25.   photocdj@newsis.com[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25일 인천국제공항 항공사 안내 전광판에 몽골 울란바토르행 항공편 결항을 알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인 입국을 거부하는 국가들이 늘어나 현재 이스라엘, 몽골, 홍콩, 대만 등 4개국에 대한 국제선 운항이 막힌 상황이다. 2020.02.25. [email protected]


#. 오는 3월 말 미국령 괌으로 휴가를 떠날 예정인 직장인 이모씨는 여행을 한 달 앞두고도 아직 호텔 예약을 하지 못했다. 자고 일어나면 한국이 입국금지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낭패를 볼 수도 있단 불안감이 커져서다. 이씨는 "항공편도 일정변경 안내가 수 차례 오고 있어 혼란스럽다"며 "괜히 예약부터 덜컥 했다가 여행도 못 하고 돈만 날릴 수 있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속출로 전 세계에 '코리아 포비아'가 퍼지며 국내 여행객들이 계획했던 여행을 포기하고 있다. 이스라엘이나 모리셔스처럼 갑작스럽게 격리돼 고초를 겪을 수 있는데다, 환불 등 보상을 받기도 쉽지 않아서다. '코로나19' 위험과 한국인 입국금지 리스크 이중고가 겹치며 여행객과 여행업계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입국금지, "무서워서 어디 가겠나"
27일 외교부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격리조치하는 등 제한하는 국가는 43곳에 달한다. 지난 22일 이스라엘이 비행기에서 갓 내린 우리 국민 150여 명을 돌려보낸 이후 입국 금지·제한국이 빠르게 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입국제한국이 생기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오는 3~4월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이들이 잇달아 여행을 취소하고 있다. 여행을 가더라도 정상적인 일정을 소화할 수 없단 우려가 높아져서다. 그나마 전면 입국금지면 차라리 다행이다. 모리셔스 신혼부부 여행객들처럼 14일씩 격리되거나, 이스라엘 성지순례 여행객처럼 발도 디디지 못한 채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지면 신변이나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여행을 결정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정부 외교력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도 여행심리 저하에 한 몫한다. 모리셔스나 베트남 다낭 등에서 사전통보 없이 한국인을 격리한 조치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며 애꿎은 여행객만 피해를 입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태국을 다녀왔다는 직장인 강모씨는 "모리셔스 여행객들이 여권을 뺏기고 강제격리 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황당했다"며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 같아 여행가기 겁난다"고 말했다.

망친 여행일정 보상도 어렵다
무엇보다 최근 사태에 휘말려 여행일정을 진행하지 못하게 될 경우, 보상받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여행을 망설이게 만든다. 항공편부터 숙박까지 고정적으로 지출해야할 비용이 적게는 수 십만원에서 많게는 수 백만원에 이르지만, 환불이나 보상책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일생에 한 번 뿐인 신혼여행이라 할 지라도 여행객만 억울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여행 취소에 따른 보상이나 예정된 일정을 갑작스럽게 환불할 경우 생기는 위약금 면제 등의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국외여행표준약관에 근거해 결정한다. 천재지변이나 전란, 정부의 명령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에 한해 여행계약을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이스라엘이나 모리셔스 같은 강제귀환, 격리 같은 사태는 전례 없는 상황이라 여행사의 귀책으로 보기가 다소 애매하다. 보상을 위해 정부 책임을 묻는 경우에도 여행객 개인이 이를 입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예비 여행객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예정된 여행을 취소하는 경우에도, 감염병을 천재지변으로 보고 위약금을 면제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아직도 분분하다. 실제 이와 관련해 공정위와 문체부, 소비자원, 한국여행업협회가 모여 현안회의를 가졌지만 명확한 결론은 나지 않았다.
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의 입국 제한으로 두바이에서 머물던 신혼부부가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아프리카 섬나라 모리셔스의 입국 제한으로 두바이에서 머물던 신혼부부가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젠 어쩌나" 여행업계도 활로가 없다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갑작스러운 입국금지 등 전례없는 상황이 이어지며 여행취소나 상품진행에 애로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온 여행객들만 제한한다는 지역도 있는데 서울에 살면서 대구를 다녀왔을 수도 있어 제한 기준이나 실효성이 애매하다"며 "일단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해당 지역에 대한 여행일정을 취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가 줄도산할 수 있단 관측도 기우가 아니라는 우려가 높아진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여행수요 급감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상황에서 입국제한 지역이 늘어나며 신규 모객도 물건너 갔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2월 들어 폐업한 아웃바운드 여행사가 21곳에 달한다. 고용노동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고용유지지원금'에 신청한 833개 업체 중 49.3%(411개)가 여행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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