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우한 같다" 日서 새어나온 불안·불만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20.02.27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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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언론 "코로나19 검사 받기 어렵다" 잇따라 지적

/사진=AFP/사진=AFP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이외 지역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대중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어렵다고 최근 잇따라 지적했다.

TV아사히는 25일 '모닝쇼'에서 독감 등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 아홉살 아이가 4일째 38도 고열이어서 부모가 '귀국자·접촉자 상담센터'(코로나19 공식 상담창구)에 전화했으나 소아과로 가라는 얘기를 들었다는 사례를 전했다. 아이는 폐렴 진단을 받았지만, 코로나19 검사는 아직 못 받았다.



지지통신은 24일 '의료기관의 떠넘기기' 기사에서 도쿄에 사는 30대 남성 공무원이 39도 고열에 대만 여행 이력이 있었지만, 장비 부족 및 검사대상 방문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2개 병원에서 코로나 검사를 거절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25일 FNN(후지TV 계열)은 "37.5도 넘는 열이 4일 이상 됐는데도 검사를 거부당했다"는 글이 SNS에 돈다고 전했다.

한국 4만5000명 vs 일본 1800명
시민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기 어려운 것은 일본정부 수치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5일 12시 기준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사람은 1846명('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 제외). 4만5000명을 훌쩍 넘긴 한국과는 큰 차이가 난다. 확진자가 157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데는 검사 수치도 영향을 줬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 트위터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 트위터
일본인들이 검사를 받기 어려운 것은 조건이 까다롭고, 모호하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 홈페이지에는 검사 조건으로 △37.5도 이상인 발열 상태가 4일 이상 지속(고령자나 다른 병이 있는 사람은 이틀) △강한 나른함, 호흡곤란이 있는 경우를 제시한다. 증상이 약하거나 기간이 짧으면 검사를 받기 어렵다. 검사의 최종 결정은 의사가 '종합적인 판단'에 의해 한다.

한 의료 관계자는 지지통신에 "검사 기준이 애매해 의료 현장도 혼란스럽다"고 말한다. 보건소가 하고 싶어도 지방정부 눈치가 보여서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정부는 25일 코로나19 관련한 '기본방침'을 발표하며, 발열 등 가벼운 증상이 있으면 외출을 자제하라고 했을 뿐 검사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한 조치는 없었다. 오히려 "감염자가 산발적으로 나오고, 일부 지역에서 소규모 집단 감염이 있다"며 다소 여유로운 반응도 보였다.

"우한도 충분히 검사하지 못해 코로나19 확산"
하지만 이 분야 관계자 중에서는 현 상황을 크게 우려하는 의견들이 나온다. 생물학 전문인 도쿄대학 이나바 히사시 교수는 TV아사히 '모닝쇼'에서 "중국의 우한은 검사키트가 부족해 감염자 파악이 잘 되지 않았고 (이후 바이러스가) 확산됐다"면서 "일본의 지금 상황이 1개월 전 우한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도 자신의 트위터에 "일본은 한국만큼 검사를 많이 하지 않았고, 연계되지 않은 산발적 감염 사례가 많다. 일본이 거대한 '핫스팟'(근거지)이 될 수 있다"고 적기도 했다.

한편 26일 오전 0시 기준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크루즈선 탑승자(691명)를 포함해 총 862명이다. 음성 판정을 받고 크루즈에서 내려 집으로 간 980명가량의 승객들 중에는 2명의 감염이 확인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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