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인프라 '경기민감주' 집중 매도한 외국인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반준환 기자, 한정수 기자 2020.02.2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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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韓주식 대량매도 긴급진단]<3>지수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탈도 매물규모 키워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우려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와중에 외국인이 특히 자금을 많이 빼낸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포스코 등 대형주 위주였다. 수출 비중이 높고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업종이 대부분인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집중 매도…'경기민감주' 이탈 가속화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25일 이틀간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로 순매도 규모는 7656억에 달한다. 이 기간 코스피 전체 외국인 순매도(1조5556억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에서도 2026억원에 달하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삼성SDI (408,500원 ▼5,000 -1.21%)(895억원) SK이노베이션 (106,700원 ▼800 -0.74%)(476억원) 현대차 (249,500원 ▼500 -0.20%)(400억원) 호텔신라 (57,600원 ▲600 +1.05%)(386억원) LG생활건강 (392,000원 ▲16,500 +4.39%)(336억원) LG전자 (90,800원 ▲200 +0.22%)(331억원) 한국전력 (21,050원 ▲150 +0.72%)(282억원) POSCO(261억원) 등에서도 상당한 규모의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졌다.

공통된 특징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면서 수출 비중이 높고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경기민감(시크리컬) 업종이라는 것이다. 코로나19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 대유행'(pandemic)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경기민감주들의 주가에도 즉각 반영되는 상황이다.



가전제품에 두루 쓰이는 반도체는 경기와 상관관계가 높다. 현대차나 기아차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에서 조달하는 부품이 차질을 빚으며 조업중단 여파로 1분기 실적에 먹구름이 끼었다. LG생활건강 같은 화장품 기업은 중국 소비감소의 영향이 있고 면세점과 호텔사업을 하는 호텔신라 역시 부담이 크다.

인프라 사업도 마찬가지인데 한국전력은 경제성장률 둔화나 기업들의 조업감소에 따른 전력수요 감소라는 이슈가 있고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건설, 기자재, 조선 등 중후장대 업황과 연관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이나 호텔신라 등 중국 수요에 큰 영향을 받는 업종에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상당한 것은 중국 내수위축과 그에 따른 한국기업들의 수출 및 이용실적 감소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는 대표적인 선행지수라는 점에서 경기 침체 우려만으로도 경기민감주의 주가는 크게 흔들린다.

이미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 중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 1.4%(연 환산 기준)에서 1.2%로 내렸고,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글로벌 투자은행 등 36곳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9%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JP모건은 국내 확진자 수가 1개월 후 1만명에 달할 수 있다며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2.2%로 0.1%포인트 내리기도 했다.

해외 패시브 자금 유출, 코스피에도 충격
해외 패시브 자금 이탈도 외국인 순매도 규모를 키우고 있는데, 주요 종목들의 경우 지수변동에 대응하는 패시브 자금의 매도세 때문에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iShares MSCI South Korea Capped ETF'는 25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0.03달러(0.05%) 하락한 55.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가 상승 마감했는데도 국내 종목을 담은 해외 ETF에는 자금 유출이 이어진 것이다. 2월 고점(62.9달러) 대비로는 12% 하락했다.

이 ETF는 총 운용자산(AUM)이 약 44억달러(5조3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패시브 펀드다. 주요 구성 종목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NAVER, 현대차, LG화학, 삼성SDI, 신한지주, 셀트리온, KB금융 등으로 최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과 대부분 겹친다.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갈 수록 국내 외국인 자금 이탈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경기민감주들은 코로나19 이후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반등의 여지가 있다.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예산 조기 집행, 기준금리 인하, 세제 혜택 등 정책들이 이어진다면 경기민감주들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부양 정책 강도, 원자재 시장의 안정성 등을 확인하면서 시클리컬 업종의 저점 매수 타이밍을 잡아보는 것은 추후 고려해 볼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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