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입국은 못막고 마스크는 다 중국에" 등돌린 민심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0.02.26 13:38
글자크기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25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마스크 매대가 텅 비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전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25일 서울 한 대형마트의 마스크 매대가 텅 비어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마스크 구매가 어렵다, 비싸졌다는 얘기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나왔다. 지금 한달이 넘었는데 어제서야 정부에서 수출금지 조치를 내린다는 소식을 보고 어이가 없더라. 그동안 국민들 얘기를 정부는 흘려들은 것 아니냐." -서울 성북구 주부 서모씨(39세)

"중국이 한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하는 걸 보면서 자존심이 상했다. 이 정부 지지자지만 최근 중국이 한국에 대해 하는 짓을 보면 우리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서 외교적 대응을 잘했다고 평가할 순 없을 것 같다." -서울 종로구 직장인 이모씨(46세)



"고향이 대구인데 대구 봉쇄 얘기를 듣고 가슴이 철렁했다. 오해고 뭐고 중국은 봉쇄한다고 말도 못하면서 대구는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건가"-서울 강동구 주부 김모씨(36세)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현 정부의 대응에 대한 여론이 싸늘하게 얼어붙고 있다. 쟁점 이슈들에 대한 대응이 늦거나 여론 요구와 다른데다, 결과적으로 확산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26일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한 시민반응을 물었을 때 긍정적인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중국에 대한 한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코로나 사태 내내 중국에 끌려다녔다'
(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5일 오후 대구 중구 공평동 대구시티센터(노보텔) 앞에서 보수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했다. 2020.2.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25일 오후 대구 중구 공평동 대구시티센터(노보텔) 앞에서 보수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했다. 2020.2.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가장 많은 비판이 나온 것은 중국 관련 대응이었다. 애초에 중국발 입국을 금지시켜 감염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주된 얘기였다.


중국발 입국 금지는 사건 초기부터 꾸준히 이어져오던 논란이다. 자영업자 A씨(45세)는 "중국에서의 입국을 금지시키는 것으로 발병 자체를 막지는 못했겠지만 시간은 늦출 수 있었다"며 "대응이 어려워진 것은 감염원을 그대로 놔두고 안에서 막으려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마스크를 다 사갈동안 정부가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아이가 둘 있는 직장인 B씨는 "마스크 구하기도 어렵고 그 전보다 가격이 최소 4배는 올랐다"며 "그동안 중국으로 이 마스크들이 다 빠져나갔다는데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부터 중국이 한국인에 대한 격리조치 등을 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 분개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들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는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대구 '봉쇄' 발언에 "충격…말조심 해야"
(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2.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2.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구 봉쇄 발언은 대구가 고향인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씨는 "여전히 부모님은 대구에 계신다"며 "대구를 봉쇄하라는 얘기를 들은 고향사람들은 분노했다"고 했다.

경북 영주가 고향인 C씨는 "윗사람들은 발언 하나하나를 조심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에서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제대로 사과도 못들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구·경북 봉쇄' 발언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고위당정협의회 결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으로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방역 용어이지만 용어 선택이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도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해 참으로 송구스럽다"며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 단 한 명의 안전도 끝까지 지키기 위해 무엇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정부 지지…일부 일탈에 정부탓 할수 없어
여전히 정부를 지지한다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D씨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부 대응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갑자기 확진자가 증가한 것은 신천지 예수교 예배에서 바이러스가 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 대응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D씨는 "입국금지가 효과가 없다는 기사나 연구가 많다"며 "정부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씨도 "한국의 초기 방역은 세계에서 칭찬하는 수준이었다"며 "현재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데 대해 정부 탓을 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