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도 숨겼던 신천지, 내 옆에 있었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0.02.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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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이전부터 포교 방식 등이 논란이 됐던 신천지예수교회가 우리 사회 깊숙히 자리밥고 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병원부터 경찰서까지 곳곳에 있었지만 특유의 폐쇄성으로 주변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이는 코로나19 '슈퍼전파자'로서의 위력을 배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2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9시 기준 전체 ‘코로나19’ 확진자(893명) 중 신천지 관련자가 56.1%를 차지한다. 이날 오전 ‘코로나19’ 확진자는 1146명까지 늘었다.

종교 숨겼던 신천지 교인, '코로나19'로 확인...늦게 알려 전파된 경우도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울산 확진자가 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울산시청 공무원들이 남구 무거동 신천지 울산교회 출입문에 폐쇄명령서를 붙이고 있다. 울산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법 제47조와 제49조에 따라 신천지 울산교회 본관과 부속기관 19곳 등 모두 20곳을 3월9일까지 2주간 폐쇄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울산 확진자가 4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울산시청 공무원들이 남구 무거동 신천지 울산교회 출입문에 폐쇄명령서를 붙이고 있다. 울산시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법 제47조와 제49조에 따라 신천지 울산교회 본관과 부속기관 19곳 등 모두 20곳을 3월9일까지 2주간 폐쇄한다고 밝혔다./사진=뉴스1


중대본은 신친지로부터 교인 21만2000여명의 명단을 넘겨받았다. 이름은 제외된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 등이 담긴 명단이다. 중대본은 명단을 지방자치단체에 전달하고, 유증상자부터 우선 진단검사를 할 계획이다.



신천지가 ‘코로나19’ 전파의 주요 경로가 되면서 그동안 신천지 소속임을 숨겨왔던 교인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 간호사, 경찰관, 공무원까지 다양한 직군에 신천지 교인이 활동 중인 것이 확인됐다.

지난 24일 대구에서는 확진을 받은 보건소의 감염예방 총괄담당자가 뒤늦게 보건당국에 ‘신천지 교인’임을 밝혀 논란이 됐다. 교인 명단이 대구시에 전달된 후였다. 앞서 대구시가 "신천지 교인이면 스스로 자가격리를 해달라"고 호소했지만 담당자는 업무를 봤다.

이밖에도 대구에서는 △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 △경찰관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 등 공공기관이나 의료기관에서 근무 중인 신천지 교인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는 이 간호사와 접촉한 전공의 1명도 감염됐다.


신천지 스스로 '에스'라고 지칭하며 숨겨..."인권침해 사례 속출"
2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소재 신천지예수교회 교육장에서 경기도 관계자들이 강제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신천지 과천교회 신도 가운데 2명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신도명단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명단인지 알 수 없어 과천 본사에 대한 강제역학조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25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소재 신천지예수교회 교육장에서 경기도 관계자들이 강제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도는 "신천지 과천교회 신도 가운데 2명이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으며 신도명단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정확한 명단인지 알 수 없어 과천 본사에 대한 강제역학조사에 들어가게 됐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신천지는 전국을 12지파로 나누고 신도를 관리한다. 전국에 교회는 물론 교육센터 등 다양한 부속기관을 갖고 있다. 서울 지역에서 폐쇄 조처된 교회와 부속기관만 190여개에 이른다. 또 각 지역에 봉사활동단체도 운영 중이다.

신천지 교인은 평소에도 가족과 주변에 신천지 소속임을 잘 알리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폐쇄적 구조가 이번 ‘코로나19’ 감염경로를 밝혀내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신천지는 스스로 교단을 ‘에스(S)’라고 부르며 숨기는 경우가 많다. 신천지 관련 애플리케이션의 이름도 '에스라인', '에스카드' 등 ‘에스’가 들어가 있다.

대구의 31번 확진자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관련 감염자가 늘자 'S가 오픈된 사람', 'S의심받는 사람'의 대처방안을 담은 글이 돌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나랑 S와 관계없음을 확실하게 표시하기’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교인들이 밝혀지자 신천지 측은 "신천지 성도 신상유출로 인한 강제퇴직, 차별, 모욕, 혐오 등 인권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피해를 당한 성도는 지자체, 질병관리본부에 항의하고, 증거자료가 있을 시 경찰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하라"고 공지했다.

또 지난 25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이름으로 "신천지는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협력해 전 성도 명단을 제공하고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며 "‘코로나19’를 극복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성도가 되자"는 공지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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