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기업들의 반발을 감안해 균형있는 결정을 내리기 위한 차원에서 사용자 단체에서 추천한 인물을 위원장으로 내세운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지만 사용자·근로자 및 지역가입자 단체의 의견이 고루 반영되도록 구조가 짜여 있어 기업 측 의견이 더 반영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평가다.
오용석 국민연금 수탁위원회 위원장
국민연금은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지배를 받는데 이 기금위의 활동을 보좌하기 위한 3개 전문위원회가 바로 투자정책 전문위원회(투자정책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수 전문위원회(위험·성과위원회), 그리고 수탁자책임위원회다. 이 3개의 전문위 운영을 위해 선임된 3명의 상근 전문위원 중 1명이 바로 이번에 수탁자위원장으로 위촉된 오 교수다. 오 교수는 사용자 단체 추천으로 이번에 상근위원으로 위촉됐다. 사용자 단체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이 포함돼 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 2월 5일 오전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2020년도 제1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방기 규탄 및 주주활동 촉구 피케팅을 하고 있다. 2020.02.05. [email protected]
사실상 경영참여 역할 맡은 수탁위
단연 수탁자위원회가 가장 큰 관심을 받는다. 투자대상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여부를 비롯해 특정 기업의 주요 사안에 대한 의결권 찬·반 여부 등을 결정함으로써 사실상 일정 부분 민간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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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수탁자위원회 위원장으로 거론이 되던 인물은 원 부원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제대로 경영하는지 살펴보기 위한 적임자는 경영진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인물이어야 한다는 의견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작 위원장은 오 교수로 정해졌다. 이 때문에 기업 측 우려를 무마하기 위한 정부 및 국민연금의 의중이 반영됐던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 중 특정의견 더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
그러나 현재 구조는 특정 의견을 더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위원장을 포함한 상근위원 3명에 외부 전문가 6명 등 9명의 수탁자위원회 위원들이 각각 1표씩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원장에게 특별한 권한이 더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수탁자위원회 위원장이 독자적으로 위원회에 의안을 상정할 권한도 없다. 수탁자위원회에 규정 외의 사안을 상정할 수 있는 권한은 오직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보건복지부 장관)에게만 부여돼 있다.
재적위원 9명 중 3명 이상이 의견을 모으면 어떤 사안에 대해 수탁자책임 활동을 전개하자는 의안을 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수도 있다. 사용자·근로자 단체 및 지역가입자 단체 등 3자는 수탁자위원회 구성원 중 상근위원 1명에 외부 전문가 2명씩을 각각 추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자·근로자 및 지역가입자 측 모두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안건을 상정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