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급감했지만…오늘도 중국인 3000명 들어온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2.2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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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국인 방한심리 위축되며 입국자 수 대폭 감소에도 '코로나 쇼크'에 입국금지 목소리 높아져

관광객 급감했지만…오늘도 중국인 3000명 들어온다


"콰이디엔(快点·서두르세요)". 지난 20일 오전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두타) 앞. 빨간색 깃발을 든 가이드가 10여 명의 중국인 관광객과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각 두타몰 안 1층에서도 이날 오픈하는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방문하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날 면세점에 들른 직장인 이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전보다 중국인이 많이 줄긴 했는데 그래도 올 사람은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패닉'이 전국을 휩쓸면서 서울 등 곳곳에서 마주치는 중국인들에 대한 불안심리가 높아진다. 정부 조치 등으로 중국인 입국자가 많이 줄었다지만 여전히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인수는 하루 평균 3000명 안팎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혹시 모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나라들처럼 전면 입국금지해야 한다는 여론도 지속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고 있는 지난 25일 오후 중국인 유학생들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주 중국 유학생 1만 여명이 한국에 입국할 것으로 추산, '집중관리주간'으로 정해 특별관리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사진=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급증하고 있는 지난 25일 오후 중국인 유학생들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주 중국 유학생 1만 여명이 한국에 입국할 것으로 추산, '집중관리주간'으로 정해 특별관리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사진=뉴스1
2월 방한 중국인, 확 줄긴 했다
26일 정부와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를 찾는 중국인이 크게 감소했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를 살핀 결과,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방한 중국인 수는 총 10만9446명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40만3046명)과 비교해 72.8% 줄어든 수치다.



월 평균 중국인 입국자 수가 4~50만 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폭 감소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지난달과 비교해도 77% 가량 줄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월 한 달 간 48만여 명의 중국인이 방한했다. 지난 24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80% 정도의 출입국자를 통제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얼추 들어맞는 셈이다.

일 평균 입국자수를 따져도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1일까지만 해도 1만 명이 입국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21일 3467명 △22일 3270명 △23일 3788명 등으로 3000명대까지 줄었다. 지난 24일에는 2333명으로 떨어졌다. 통상 중국인 하루 입국자 수는 1만~1만5000명에 달한다.

20일 오전 11시50분 찾은 서울 중구 동대문 두산타워 1층. 이날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동대문점에 방문하기 위해 매장 오픈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20일 오전 11시50분 찾은 서울 중구 동대문 두산타워 1층. 이날 문을 여는 현대백화점동대문점에 방문하기 위해 매장 오픈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유승목 기자
관광객 급감, 중국 통제·한국 제한 통했나
이는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여행객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과 우리 정부가 각각 여행제한과 입국제한 등의 조치를 펼치면서 중국인들의 방한 여행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국내를 찾는 외국인들의 목적은 대체로 △관광 △상용(기업 비즈니스) △공용(공무) △유학·연수 △기타(나머지+승무원)로 구분된다. 이 중 대다수가 대체로 관광차 입국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2월 한국에 입국한 45만 명의 중국인 중 관광객이 32만5000여 명으로 71.5%를 차지했다. 10명 중 7명이 관광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들어 72.8% 감소한 중국인 대다수가 관광객인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중국 당국이 해외 단체여행을 금지하고, 지난 2일 우리 정부가 후베이성에서 온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의 조치에 따른 영향이다. 실제 관광공사에 따르면 2월 중국인 단체 인센티브(포상) 관광 일정 등이 모두 끊겼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제주의 경우에도 2월1~24일까지 외국인 입도객이 2만4000명으로 86% 줄었는데, 무사증 입국 중단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끊겼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난 25일 오후 대구 중구 공평동 대구시티센터(노보텔) 앞에서 보수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했다. /사진=뉴스1지난 25일 오후 대구 중구 공평동 대구시티센터(노보텔) 앞에서 보수단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처를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를 방문했다. /사진=뉴스1
"그래도 여전히 3000명 들어온다" 불안 어떻게?
중국 입국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상당수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는단 점에서 우려는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여전히 서울 명동이나 동대문 등에선 심심치 않게 중국인 관광객을 볼 수 있는 데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달 내 중국인 유학생 1만여 명이 추가 입국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진원지인 중국을 전면 차단하지 않으면 지역사회 감염이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단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의료계를 중심으로 지금이라도 중국발 입국 전면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사태 초기에 입국금지 조치를 했다면 지금처럼 대규모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며 "이제라도 한시적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마감된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은 76만여 명이 동의해 청와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높아지는 입국금지 목소리와 달리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최근 확산세를 고려할 때 해외에서의 유입을 차단하기보단 지역 내 감염을 집중 방역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확산 원인과 관련해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라며 "(코로나19)는 특정 종교(신천지) 집단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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