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저가매수 하고 싶겠지만…지금은 다르다"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2.2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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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마스크를 착용한 한 시민이 두오모 대성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뉴스1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마스크를 착용한 한 시민이 두오모 대성당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뉴스1


"주식을 저가 매수하고 싶은 투자자들의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PIMCO)의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자문역은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매수보다는 관망을 당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다.



이탈리아를 강타한 바이러스는 이미 유럽 인접국으로 퍼져나갔고, 확진자가 50명을 넘어선 미국에선 보건당국이 '팬데믹'(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알프스 넘은 코로나19…스위스·오스트리아까지
뉴욕증시는 이틀 연속 3% 안팎의 급락세를 연출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879.44포인트(3.15%) 급락한 2만7081.36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태다드앤푸어스) 500지수는 97.68포인트(3.03%) 떨어진 3128.2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55.67포인트(2.77%) 하락한 8965.61에 마감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고채 수익률은 장중 한때 1.33%까지 떨어지며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전략가는 "최근 주가 하락의 무서운 점은 너무도 단기간에 빠르게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디까지 커질지 모른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시장은 바닥없는 추락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100명 가까이 추가되며 322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4명 늘어난 11명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아드리아해 맞은 편 크로아티아 등에서도 최초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BOS의 제니퍼 엘리슨 대표는 "우린 소용돌이 속에 있다"며 "투자자들은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지 모른다"고 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다. 시장조사업체 어닝스카우트에 따르면 애널리스트들은 올 1/4분기 S&P 500 소속 기업들의 이익이 0.1%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초까진 2.5% 증가를 예상했었다.

LPL파이낸셜의 라이언 데트릭 선임전략가는 "코로나19가 여러 나라로 확산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한 수정이 필요해졌다"며 "우리는 조만간 이익 및 성장률 전망치의 하락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낸시 메소니에 미 CDC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국장/ 로이터=뉴스1낸시 메소니에 미 CDC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국장/ 로이터=뉴스1
美CDC "팬데믹에 가까워져…대비해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중국을 넘어 한국·이란·이탈리아 등에서 확산 중인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CNN방송에 따르면 미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의 낸시 메소니에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팬데믹에는 3가지 요건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메소니에 국장은 "코로나19는 사망 가능성이 있는 질병을 유발한다"며 "또 사람 대 사람 감염으로 팬데믹의 두 가지 기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메소니에 국장은 이어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되고 있다"며 "팬데믹의 세 번째 요건인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확산을 향해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미국은 봉쇄전략과 여행경보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코로나19 발병국이 늘면서 이러한 조치들의 성공 가능성은 더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시민들이 우리와 함께 노력해주길 요청한다"며 "지금은 기업, 병원, 지역사회, 학교 등이 대비를 시작할 때"라고 강조했다.

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에선 5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트럼프 "미국, 지금까지 운 좋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에 대해 "없어질 문제"라며 낙관론을 폈다. 11월 대선 승리를 위해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심리적 영향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도를 국빈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비즈니스 원탁회의에서 "코로나19 때문에 중국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점점 더 잘 통제하는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회의 참석자들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면 당신(기업가)들은 항상 자신의 비즈니스와 연관시킨다"며 "그러나 그것은 당신들과는 상관 없는 일이다. 외부 소식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전날 월스트리트(뉴욕증시)가 급락세를 보였지만 오늘 개장에 앞서 선물지수는 더 높아졌다"며 주식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필수적으로 국경을 폐쇄했고, 매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운이 좋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커들로 "아직 공급망 붕괴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트위터를 통해서도 "미국에선 코로나19를 매우 잘 통제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관계국, 모든 이들과 접촉하고 있다"며 "CDC와 WHO(세계보건기구)가 매우 열심히, 매우 영리하게 일해왔다. 주식시장은 내겐 매우 좋아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미 의회에 요청한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긴급 예산과 관련해선 "미국 내 감염 사태에 대비하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다른 나라를 도울 것"이라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델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코로나19 문제가) 한국으로 가고 있다. 이탈리아로, 다른 곳으로 가고 있다"며 "나는 모두와 대화했다. 그들은 모두 아주 열심히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구와 대화를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최근 통화했다"며 "그는 유능하고 그 나라(중국)도 아주 유능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참모인 래리 커들로 백악관 NEC(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도 코로나19에 대해 "인간적인 비극이지만 경제적 비극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커들로 위원장은 이날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코로나19를 아주 단단히 억제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중국은 코로나19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타격을 받을 수 있지만 미국 경제는 잘 버티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이 경기침체를 겪더라도 미국 만큼은 경기침체를 피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커들로 위원장은 "약간의 비틀거림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공급망 붕괴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추가적으로 여행제한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면서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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