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신고금액을 확정하는 것도 어려워 기업들이 막대한 가산세를 물 수도 있는데, 주총현장과 관련해서는 전국에 산재한 주주들을 한 장소에 모으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기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0.2.25/뉴스1
한 회계법인 회계사는 “지난주까지만 해도 중국에 자회사를 둔 기업들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가 가장 심각했는데 이제는 국내까지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며 “대구, 경상지역 기업들에 회계감사를 가야 하느냐는 논란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감사를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자칫 한 명이라도 회계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회계법인과 해당 기업 전체가 셧다운(가동중지) 될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며 “특히 대구지역 내 기업들에 대해서는 회계사 파견도 어떻게 할지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기업은 중국과 무관한 사업을 하고 있으나 (대구지역) 자회사 감사조서를 열람하러 오기로 한 회계사의 파견도 무기한 연기됐다”며 “기업 자체적인 방역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이슈가 해당 지역으로 넓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법에 따르면 상장사는 매 결산기에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등의 내용이 담긴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고 이를 주총 4주 전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감사인에게 제출해야 한다. 감사인은 감사를 완료한 재무제표를 주총 1주일 전까지 상장사에 보내준다. 3월 말 주총을 연다고 하면 그 4주 전인 2월 말에는 재무제표를 만들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일정이 꼬여 버렸다. 자본시장법 상 재무제표를 담은 사업보고서를 직전 사업연도 경과 후 90일 내(3월 30일) 제출해야 한다.
감사를 받지 않은 재무제표를 주총안건에 올릴 수도 있으나 문제가 크다. 최종적으로 감사보고서가 첨부된 사업보고서에서는 주총에 상정한 재무제표와 다른 재무제표가 나올 수 있다. 가령 흑자로 나왔던 실적이 감사를 마무리한 뒤에는 적자로 바뀔 수 있다.
법인세 문제도 큰 숙제다. 세무법인 관계자는 “통상 기업들은 3월까지 법인세를 신고해야 한다”며 “신고기한이 넘어가면 상당한 규모의 가산세를 내야 하는데 회계 감사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선 세금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26일 울산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제4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가삼현 공동대표이사 사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사진=안정준 기자
감사의견 문제가 해결돼도 숙제가 남는다. 주총 장소다. 현재 법으로는 주총은 무조건 일정한 장소에서 열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중계 등의 방식은 규정에 없어 상장사들은 매년 장소 대관에 큰 신경을 쏟는다. 올해는 코로나 공포로 인해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있는 장소에 대한 기피 현상이 생기면서 한 장소에 사람들을 대거 모으는 것도 부담스런 상황이 됐다. 실제 이날 올해 첫 정기주총 테이프를 끊은 미원화학의 울산 남구 장생포로 본사 5층 주총장에서 소액주주를 단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구·경북 지역 일부 업체에서 장소 대관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주총까지 시간이 좀 남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비상계획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