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 채용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하필…" (4대 그룹사 관계자)
코로나19(COVID-19) 감염증 사태가 확대되면서 기업도, 취준생도 고민이 깊어졌다. 기업 설명회와 필기시험 등 채용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같은 장소에 모일 수밖에 없는 만큼 공채 일정을 예년처럼 진행하기가 어려워진 까닭이다.
LG 미국 채용설명회 취소…공채 연기 가능성
지난 23일 코로나19 확진자가 550여명을 넘어간 가운데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 마련된 제55회 공인회계사(CPA) 1차 시험 고사장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관계자들이 응시생들의 발열 체크를 하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LG 관계자는 "'LG 테크 컨퍼런스'가 수백명이 모여 만찬을 곁들여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참석자들의 안전을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올해 신입사원 공채 일정을 예년보다 늦은 4월 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도 면접 늦춰…삼성·SK·GS 채용 연기 검토
현대차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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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는 지난 11일 홈페이지를 통해 3급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이달 15일에서 다음달 7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신입공채 일정까지 연기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상황상 일정을 늦출 가능성이 적잖다.
SK (162,000원 ▲1,300 +0.81%)그룹과 GS (43,350원 ▼100 -0.23%)그룹 역시 계열사별 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재고한다는 방침이다. 10대 기업 가운데 상반기 공채 윤곽을 밝힌 곳이 아직 한 곳도 없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24개 대학에서 진행해던 캠퍼스 리쿠르팅도 올해 최소화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웠다
취준생 '코로나 전형' 하소연…"無채용이 더 두려워"
지난해 10월20일 서울 강남구 단대사대부고에서 진행된 삼성그룹 직무적성검사(GSAT)를 마친 취업 준비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창현 기자
대기업 채용 일정이 밀리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 채용 일정도 순차적으로 밀리게 된다. 기업들이 채용을 미루면서 앞으로 채용 일정이 겹칠 수 있다는 점도 취준생 입장에선 걱정이다.
취준생 김한진씨(30)는 "올 추석은 꼭 직장인으로 맞고 싶은데 또 취준생으로 가족들 눈치를 보게 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기업들 "인재유치전 비상, 채용 타이밍 놓칠라"
LG그룹이 이날 LG 테크컨퍼런스 미국 개최 취소를 발표하면서도 계열사별 특성에 맞춰 실행하겠다는 방침을 언급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올해까지 국내외 R&D(연구개발) 인력을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한 방침을 두고 비상이 걸렸다.
4대 그룹 관계자는 "기업이 인재를 고르는 게 아니라 인재가 기업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한번 채용 시점을 놓치는 것은 한번의 기회를 날리는 것 이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당장은 몰라도 중장기 경쟁력 훼손에 문제가 될까 그룹마다 전전긍긍"이라고 말했다.
난처해진 정부 "이대로 가면 올 고용목표 차질"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점검회의 겸 확대정책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7일 코로나19 대응 점검회의에서 "올해 채용계획이 있는 기업들은 고용시장이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정부는 소비심리 위축이나 감염자 방문으로 휴업을 한 사업장에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고 있다. 매출액 15% 감소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업체도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로 인정해 인건비를 지급하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기획재정부도 추가경정예산에 고용 진작을 위한 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고용시장 불빛이 되살아나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