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도 아닌데 '열차운행 감축' 현실화할까

머니투데이 문영재 기자 2020.02.2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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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 "결원발생 등 상황 심각땐 감축운행…관광철도 운행감축 결정"

파업도 아닌데 '열차운행 감축' 현실화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는 가운데 자칫 열차마저 멈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18일 대구 내 첫 확진자이면서 신천지교회 관련자인 31번째 환자(61·여)가 발생,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철도는 지난 23일 손병석 사장 주재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직원(기관사) 가운데 결원이 생길 경우 여객열차 운행을 감축키로 했다.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으로 상향조정된 데 따른 조치다. 한국철도는 이날 관광철도의 운행을 감축키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상당기간 지속될까 우려"
한국철도가 열차운행 감축 카드까지 꺼내든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어서다. 특히 신천지 교인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증하는데 따른 위기감도 짙게 배어있다.

손 사장이 "한국철도는 선제적으로 심각 단계로 대응력을 높여왔다"며 "그러나 (최근 상황의) 엄중함을 인식해 강력한 대응태세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3만여명에 달하는 한국철도 직원 가운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대구 지역에서 기관사들의 배우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기관사들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배우자 2명은 신천지와 연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철도 고위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개인위생을 철저히 당부하고 있지만 지역사회 감염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을 감안하면 코로나19의 위기가 상당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여 걱정"이라고 말했다.

"기관사 결원 많아지면 감축운행 불가피"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코로나19 확산이 이뤄지고 기관사 등 확진자가 속출하면 결원에 따른 열차 감축 운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와 관련 이창희 국토부 철도운영과장은 "열차를 감축 운행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기관사·승무원의 건강관리는 물론 대면접촉을 줄이도록 철도운영사에 협조 요청했다"고 말했다.


열차 감축 운행이 현실화할 경우 '파업'이 아닌 다른 이유로 감축 운행이 이뤄지는 첫 사례가 된다. 통상 철도노조가 파업하면 철도 기관사 대부분이 조합원이기 때문에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철도 소속 기관사는 모두 4400명이다. 이 가운데 25%인 약 1000명 정도가 KTX 운전을 담당한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기관사 인력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는 경우가 가장 우려된다"며 "이들이 근무에서 빠지면 열차 운행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철도는 기관사들에게 사무실에서 근무교대를 하면서 대면으로 신고했던 건강체크 등의 절차도 생략하고 각종 모임과 행사 참석을 자제해 줄것을 주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조기진정되면 가장 좋겠지만 이와 달리 사태가 악화하면 열차 운행을 감축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한국철도는 이달들어 여객 수요 급감에 따른 운임 수입 감소로 전년대비 매일 18억원씩 영업손실이 발생했다며 이번주부터는 40억원대로 손실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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