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하철서 사람들 픽픽 쓰러져"…공포심 조장하는 가짜뉴스 횡행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 2020.02.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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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환자가 급증하면서 허위 내용으로 공포심을 조성하는 게시글이 SNS(사회연락망)에 무분별하게 퍼지고 있다.



지난 23일 한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강남 한 대형 쇼핑몰에서 한 시민이 쓰러져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이 게시글 작성자는 "강남에서 갑자기 사람이 쓰러졌다"며 "도와주려니 접근 못하게 제압당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시민은 빈혈로 쓰러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페이스북 페이지는 해당 사진과 더불어 잠실, 일산서 쓰러져있는 시민을 방역복 입은 구급대원이 구조하는 사진을 엮어 "연달아 사람이 쓰러졌는데 언론에서 보도조차 안하고 다른 증상이라고 누리꾼 안심시키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잠실과 일산에서 쓰러진 두 시민은 계단에서 넘어지거나 간질로 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게시글에 대다수 누리꾼은 "한국도 이제 우한처럼 된 거냐", "무서워서 못 살겠다", "정부를 못 믿겠다" 등 댓글을 달며 불안감을 보였다. "선동하지 마라", "사실이랑 다른 게시글 올려서 공포 조장하는 이유가 뭐냐"는 반응도 있었지만 소수에 그쳤다.

방역복 보고 움찔…"무조건 코로나19 환자 아냐"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은 시민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방역복을 입고 현장에 출동한다. 방역복을 입은 경찰·소방 관계자가 시민을 구조하는 장면을 본 시민들이 SNS상에 사진을 올리고, 해당 사진을 사실 확인 없이 코로나19와 엮은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지역 한 소방 관계자는 "방역복을 입고 출동하는 것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민이 쓰러졌다는 신고로 출동한 건수 중 코로나19 환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쓰러진 시민이 코로나19 환자로 확인될 경우 해당 장소는 일시 폐쇄되고 방역 작업을 거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확진자가 쓰러졌다면 해당 장소에 대한 방역 조치가 이뤄졌을 것"이라며 "방역복을 입은 구급대원을 보고 놀란 시민의 불안감은 이해하지만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일은 불필요한 공포감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세계에 퍼지는 가짜뉴스…법무부·경찰 "엄중 대응"
얼마 전 중국에서도 비슷한 가짜뉴스가 퍼져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중국 시민이 갑자기 앞으로 고꾸라지거나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영상을 엮어서 코로나19가 퍼진 우한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또 독일에서 진행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 퍼포먼스 장면을 '우한 집단 기절 사진'이라고 주장한 게시글이 전 세계 SNS에 퍼지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26일 밤 지하철 2호선에서 중국인이 쓰러진 사진이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져 전국에 공포감을 일으켰다. 하지만 확인 결과 중국인 남성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가짜뉴스로 피해가 발생하면 업무방해 혐의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미 코로나19 관련 허위사실 유포자 등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고 있다.

앞서 법무부와 대검은 지난달 30일 인터넷 사이트나 SNS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한 악의적 유언비어와 괴담을 퍼뜨리는 가짜뉴스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청도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중대 불법행위를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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