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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발 美계급전쟁…트럼프 저격·샌더스는 2연승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2.2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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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미 민주당 대선후보가 3차 경선인 네바다 코커스에서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AFPBBNews=뉴스1버니 샌더스 미 민주당 대선후보가 3차 경선인 네바다 코커스에서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AFPBBNews=뉴스1




아카데미 4관왕을 기록한 영화 '기생충'이 미국 대선경쟁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78세 최고령, 그것도 '급진 사회주의자'로 꼽히는 버니 샌더스 민주당 대선후보가 3차 경선인 네바다 코커스(당원대회)에서 압승을 거두면서다.

백인보다 흑인과 히스패닉이 많은 지역에서의 샌더스의 기세가 오르는 것을 두고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기생충' 저격 이후 '남북전쟁(Civil War)', 혹은 '계급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개표가 27% 완료된 가운데 샌더스 후보는 46.6%로 과반에 가까운 특표율을 보이며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22.7%로 2위를 기록 중이고, 아이오와 코커스를 1위로 '백인 오바마' 돌풍을 일으켰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은 3위(14.5%)로 내려앉았다. 엘리자베스 워런 후보는 8.9%로 뒤를 이었다.

CNN과 AP통신 등은 일찌감치 샌더스의 승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번 결과는 샌더스가 백인 비중이 49%에 불과하고, 히스패닉(29%), 흑인(10%), 아시아계(9%) 등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역에 압승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경선이 열린 아이오와와 뉴햄프셔는 백인 비중이 90%를 넘는다.

4년전 네바다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졌던 샌더스 후보가 이번에 승리를 거둔건, 트럼프 대통령의 '기생충' 저격에서 드러나듯, 미국내 계급차별에 대한 불만이 증폭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민주당 경선 초반만 해도 20%대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샌더스 후보가 네바다를 기점으로 독주체제를 구축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 진보매체 살롱(Salon)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기생충'을 공개 비난한 것을 두고 "이제는 선거가 아니라 남북전쟁(Civil war)"라면서 "누가 이기든 트럼프를 이제 끝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라고 했다.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은 콜로라도주 선거유세 연설에서 "올해 아카데미가 얼마나 나빴는지 봤을 것"이라면서 "한국에서 온 영화가 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 이게 전부 무슨일이냐?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 이미 충분한 문제가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그들이 (기생추에) 작품상을 줬다. 그것이 잘한 일이냐?"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1940~50년대 영화인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선센대로' 등 영화를 칭송했다.

살롱은 "트럼프는 흑인들은 노예이고, 여성은 주방에서 과자를 굽고, 소수의 백인들이 회사를 지배하던 시절을 원하는 것 같다"면서 "트럼프의 미국은 남북전쟁에서 남측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NYT) 또한 '미국의 기생충'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우리 대통령은 노예와 과거의 영광 속에 갇힌 늙은 여배우에 대한 향수를 로맨틱하게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콜로라도주 선거유세 연설에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공개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BBNews=뉴스1콜로라도주 선거유세 연설에서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을 공개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AFPBBNews=뉴스1
워싱턴포스트(WP)는 샌더스 후보가 민주당 다른 후보보다 계급전쟁에 가장 분명하고 단호한 발언을 하며, 부티지지나 워렌 후보보다도 더 블루칼라 노동자에 관심이 크다고 평가했다.

샌더스 후보는 실제 "억만장자들은 존재해선 안된다"고 말했고, 지난 민주당 TV토론에서는 언론사 블룸버그통신 소유주인 마이크 블룸버그 후보에게 "블룸버그는 미국인 하위소득 1억2500만명보다 더 많은 부를 가지고 있다"면서 "그건 잘못됐고, 비도덕적"이라고 공격을 퍼부었다.

샌더스 후보는 "시장을 독점한 억만장자들이 제시하는 톱다운 형식으론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운동은 흑인, 백인, 라틴계, 아시아계 등 모든 노동자들이 모두를 위해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샌더스 후보는 또 1조5080억달러의 학자금 대출 잔액을 모두 정부에서 갚아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샌더스와 유사한 급진적 공약을 내세우는 워렌 후보보다도 더 강력한 공약이었다. 여기에 단일 의료보험체제(메디케어 포 올) 도입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인우월주의를 내세울수록, 백인 이외의 인종과 노동자계급은 샌더스 후보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샌더스는 네바다 경선 승리에 이어 오는 29일 흑인 비율이 높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승기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외신들은 사우스캐롤라이나 이후 14개 주에서 경선이 한꺼번에 열리는 3월 3일 '슈퍼 화요일'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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