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 가도 못한다" 코로나 패닉에 韓여행교류 바닥으로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2.2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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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바운드 큰손 대만·미국 여행경보 격상에 관광 위기감…이스라엘은 여행객 입국 금지 조치까지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6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국내 확진자가 500명을 넘어서는 등 이른바 '코로나 쇼크'가 한국을 덮치며 여행교류가 막히고 있다. 국내 여행객들의 해외여행수요가 바닥을 치는 데 이어, 지역사회 감염까지 속출하며 해외에서도 한국여행을 자제하거나 한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막기 시작했다.

23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총 556명으로 급증했다. 지난 17일까지 불과 30명에 불과했던 확진자 수가 일주일 만에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설마했던 지역사회 감염이 현실화하며 전국적으로 대유행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방한시장 3·4위 대만·美, 한국·일본 여행경보↑
단 하루 새 123명이 추가로 확진되고 사망자까지 발생하며 해외 각 나라에서 국내 여행을 말리는 분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일본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한국에 대한 여행공지를 2단계 '경계' 수준으로 조정했다. 대만도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1급 주의'에서 '2급 경계'로 격상했다.

두 나라의 이번 조치는 한국 여행에 주의를 당부하는 것으로 여행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양국이 현재 여행금지 조치를 내린 곳은 중국 뿐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입국에도 별 다른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하지만 한국의 전염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나온 조치란 점에서 한국여행을 말리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전세계적 대유행)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의 여행경보 변동은 여행심리에 크게 좌우하기 때문에 방한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특히 대만과 미국이 방한 외국인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과 미국에서 한국을 찾은 여행객은 각각 117만 명, 96만6000명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 중 중국과 일본에 이어 3, 4위를 차지했다. 중국 시장이 이미 끊기고 일본 시장도 주춤한 상황에서 미국과 대만까지 위축되면 국내 관광산업에 장기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韓여행객 돌려보낸 이스라엘, 자·타의적 '여행금지' 확산
국내 여행객들의 여행심리 역시 일찌감치 악화일로다. 중국 여행길이 막혔고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지난 12일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베트남, 태국, 대만, 일본 등 6개 국가로의 여행을 최소화할 것을 권고하며 여행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의 경우 기존 여행상품 예약이 90% 가까이 취소됐고, 신규예약 문의도 '제로(0)'인 상황이다. 중·소규모 여행사들은 고사위기에 빠졌다.


정부의 여행자제 당부에 국내 여행객들이 자발적으로 여행을 포기하며 사실상 해외여행길이 꽉 막히게 됐다. 해당 지역이 모두 우리 국민들의 최고 인기 여행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해당 지역을 찾은 여행객은 △일본 513만명 △베트남 314만명 △태국 155만명 △대만 94만명 △말레이시아 51만명 △싱가포르 49만명으로 총 1176만명에 이른다. 이미 여행이 봉쇄된 중국 본토(400만 추정)와 지난해 162만명(홍콩 97만·마카오 65만)이 찾은 홍콩과 마카오까지 더하면 지난해 한 해 동안 우리 국민 60%가 찾은 여행지들이 막히게 된 셈이다.
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AFP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여객기. /사진=AFP
자발적으로 여행을 포기하는 것 뿐 아니라 입국이 금지되는 사태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전날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한국인의 입국을 막았다. 한국을 대상으로 한 첫 입국금지조치 사례로, 최근 한국인 성지순례단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날 오후 7시55분 대한항공편으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한국인 150여 명이 2시간 만인 오후 9시50분 같은 비행기로 한국으로 되돌아갔다. 이스라엘관광청에 따르면 현지에 체류 중인 1600여 명의 여행객들은 2주 간 호텔 등에서 자가격리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다.

공식적으로 한국인 여행객의 입국을 막는 사례가 나오며 여행수요는 더욱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이스라엘 외에도 추가적으로 입국절차를 강화하거나 입국을 금지하는 지역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여행수요가 완전히 바닥을 찍은 상황에서 주요 여행지에서 입국금지 조치를 강화하면 여행수요 회복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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