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쓰레기조차 사라진 대구 거리…"전쟁이 따로 없다"

머니투데이 대구·구미(경북)=김남이 기자 2020.02.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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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쓰레기조차 사라진 대구 거리…"전쟁이 따로 없다"


지역 경제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코로나 19’ 확진자가 465명(23일 오전 10시 기준)에 달하는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확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거리 상점에는 손님이 발길을 끊었고, 제조업은 공장 폐쇄를 걱정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생산라인이 잠시 멈췄다.



대구·경북 지역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166조원으로 국내에서 약 9%를 차지한다. 산업화 초기 섬유산업부터 현재 △구미의 전자 △대구-경주-경산의 자동차부품 벨트 △포항의 철강이 국내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텅 빈 '불금'의 동성로 거리..."장사하면서 이런 적 처음"
지난18일 이후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128명까지 불어난 가운데 21일 오후 대구 동성로 일대가 평소와 달리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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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이제는 지역사회 전파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3월까지 계획됐던 모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어린이집 1324개소에 당분간 휴원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대구)지난18일 이후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128명까지 불어난 가운데 21일 오후 대구 동성로 일대가 평소와 달리 한산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자의 지속적인 증가로 이제는 지역사회 전파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며 “3월까지 계획됐던 모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어린이집 1324개소에 당분간 휴원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대구)
"앉아있으면 뭐하겠습니꺼, 손님도 없는데." ‘불금’인 21일 오후 8시 대구 동성로, 분식집에서 일하는 강현옥씨(51)는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저녁 장사를 위해 나왔지만 손님이 없어 집에 들어갈 채비를 했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긴 것을 보고 강씨는 "사장님은 오죽하겠나. 세내야지, 월급 줘야지. 속으로 우는 거지. 정말 이런 적은 처음이다. 전쟁이 따로 없네"라며 걱정했다.

대구 최고 중심가로 꼽히는 동성로지만 사람이 없었다. 대로변에서 골목길로 들어서면 두 집 걸러 한 집이 문을 닫았다. 평소라면 사람들 목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거리지만 아이돌의 음악만 휑하니 울려 퍼졌다. 영업 중인 대구백화점의 주차장도 텅 비었다.

22일 금요일 저녁 대구 동성로의 한 스타벅스. 100석이 넘는 좌석이 있지만 손님은 1명 뿐이다. /사진=임성균 기자(대구)22일 금요일 저녁 대구 동성로의 한 스타벅스. 100석이 넘는 좌석이 있지만 손님은 1명 뿐이다. /사진=임성균 기자(대구)
알짜배기 땅에 100석이 넘는 좌석을 보유한 동성로의 한 스타벅스도 사람이 없었다. 기자가 들어섰을 때는 외국인 1명만이 앉아있었다. 해당 스타벅스도 당분간 영업시간을 줄인다.


모두 '코로나19' 때문이다. 상인들은 방법이 없다. '버티기'가 최선이다. 지난 18일 1명으로 시작한 대구 지역 확진자는 23일 오전 현재 300명을 넘어섰다. 시민들은 감염 공포에 '외출'을 가능한 한 삼가고 있다.

사람이 없으니 쓰레기도 없다. 동성로에서 4년째 일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김모씨(60)는 "이렇게 사람이 적은 것을 처음 봤어. 쓰레기를 뭐 치울 게 없더라고. 신기해.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이 되고..."라며 말끝을 흐렸다.

1명만 감염돼도 공장 멈춰야...삼성전자 구미사업장 24일까지 폐쇄
[르포]쓰레기조차 사라진 대구 거리…"전쟁이 따로 없다"
제조업도 초긴장 상태다. 직원이 1명만 감염돼도 관련 생산라인을 세워야 한다. 대구·경북 지역의 제조업 사업체는 8382개, 근무자만 36만명에 달한다.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은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해 오는 24일 오전까지 사업장을 폐쇄한다. 확진 직원이 일하는 제2사업장(제2캠퍼스) C동 일부는 하루 더 쉰다.

제2캠퍼스는 갤럭시 S시리즈와 폴더블폰을 생산하는 핵심 공장이다. 이달 새로 출시한 갤럭시 ‘S20’, ‘Z플립’도 이곳에서 생산한다. 그나마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 주말이어서 피해가 적었다.

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154명으로 증가한 22일 오후 한 자동차 부품공장 정문에 발열체크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대구)대구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154명으로 증가한 22일 오후 한 자동차 부품공장 정문에 발열체크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사진=임성균 기자(대구)
22일 오후 찾은 구미사업장은 직원들을 모두 조기 퇴근시켜 오가는 사람도, 차량도 없었다. 내부에서는 방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사업장 근처에서 만난 삼성전자 직원은 "24일까지 폐쇄라고 하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대구·경북 지역의 중소기업도 속이 타는 것은 마찬가지다. 자체적으로 방역, 마스크 착용을 물론 출입하는 사람의 체온을 모두 검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22일 대구 성서공단에서는 공장 밖으로 ‘코로나19’ 예방 관련 방송 소리까지 들렸다.

성서공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선호씨(63)는 "매출이 3분의 1일 줄었다"며 "출근은 하지만 공단 직원들이 겁이 나서 도시락을 갖고 다니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토요일에도 공장을 돌리는 회사도 이번 주는 쉬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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