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종목이 에코프로비엠 (234,000원 ▼11,500 -4.68%)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초 5만3000원에서 지난 21일 8만5800원까지 60% 넘게 상승했다. 삼성SDI(45%), LG화학(29.6%), 일진머티리얼즈(17.6%) 등을 제치고 2차전지 관련주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 상장한 이후 잠잠하던 주가가 최근 들어 급격히 상승해 현재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순위 8위까지 올랐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달 초 SK이노베이션과 2조7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에 납품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올해 상반기 중 포항에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이 밖에 삼성 SDI와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생산하기 위한 합작법인도 설립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가 2021년까지 각각 720억원, 48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다소 미치지 못했는데도 주가가 크게 상승한 이유는 이 같은 대형 호재들 덕분이다. 삼성SDI와 합작법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며칠간 에코프로비엠은 연일 52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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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연구원이 차량용 2차전지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 /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전기차·2차전지 시장 성장 속도 빨라 수혜 예상…배터리 재활용 사업에도 진출
증권업계 전문가들이 향후 에코프로비엠의 상승세를 예상하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과 2차전지 시장의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2018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470만대로 전체 자동차 수요 대비 비중이 약 5%에 그쳤다. 그러나 2025년에는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2210만대까지 늘어나며 전체 자동차 수요 대비 비중이 약 21%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가치용 2차전지 수요도 이와 비슷한 속도로 증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전기차용 리튬 2차전지 시장은 2016년 1조530억엔(약 11조3683억원)에서 지난해 2조6052억엔(약 28조1260억원)까지 커졌다. 올해에는 3조2010억엔(약 34조5583억원), 내년에는 3조8414억엔(약41조4721억원)까지 시장 규모가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상승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더 있다. 국내 전기차 벨류체인 상장사 중 유일하게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 폐배터리는 관리를 주의깊게 하지 못할 경우 화재나 폭발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폐배터리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재가공하거나 폐배터리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개발하는 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조만간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10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정부에서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7월 경북 포항에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을 위한 규제자유특구가 지정됐다. 에코프로비엠은 최근 중국 GEM과 합자회사를 만들고 조만간 포항에 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GEM은 해당 분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인정받는다. 양사는 지난해 10월 이 같은 협약을 맺고 내년부터 공장 가동을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일대 'GS건설 배터리 리사이클 제조시설 구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GS건설은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을 신성장사업으로 추진하고 향후 3년간 포항 영일만 4산업단지 일대 36,000평 부지에 토지매입(180억원), 배터리 재활용 생산공장 건설(300억원), 기계설비구축(52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초 시가총액은 1조895억원이었다. 지난 21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7637억원이다. 2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7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초 24위였던 시가총액 순위가 현재 8위까지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2차전지 관련 종목은 에코프로비엠과 솔브레인이 '유이'하다.
증권사들은 줄줄이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올려잡고 있다. 이달 들어 신영증권은 6만4000원에서 9만2000원으로, KTB투자증권은 6만3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6만8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대신증권과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도 나란히 목표주가를 20% 이상 상향 조정했다. 특히 대신증권은 6만9000원에서 10만원까지 무려 44%나 목표주가를 올려 잡았다.
전기차용 2차전지 양극재 사업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아직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여력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고문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용 양극재 매출 비중은 지난해 19%에서 올해 38%, 내년 56%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SK이노베이션과 계약을 맺게 되면서 장기 성장성에 대한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동공구, 전기자전거 등 Non-IT 수요 성장률 둔화라는 6개월 이상 시장에 노출돼 왔던 리스크보다 새롭게 에코프로비엠 주가에 반영되기 시작한 전기차 양극재 성장성을 주가에 본격 반영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은 2018년 매출액 5892억원, 영업이익 503억원에서 올해 매출액 9335억원, 영업이익 658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내년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전기차에 채용된 양극재 23만6000톤 중 NCA 양극재의 비중은 20.5%"라며 "NCA 시장 점유율 2위인 에코프로비엠은 1위 업체인 스미모토의 생산능력인 5만5000톤을 이미 추월해 전세계 1위 NCA 양극재 생산능력 보유 업체가 될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셀 업체들의 주력 양극체 업체로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