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도 목장서 우유 수거하듯…'밀크런' 확대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20.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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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화물선에 선적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인천=임성균 기자8일 오후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화물선에 선적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인천=임성균 기자


#일본 완성차 기업 닛산은 트레일러를 카페리(car ferry)에 통째로 실어 한국으로 보낸다. 한국에 도착한 트레일러는 닛산에 납품하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를 돌며 필요한 제품을 수집한 뒤, 그대로 다시 카페리를 타고 일본 닛산 공장으로 수송한다. 부품을 각 협력사로부터 따로 받는 게 아니라 수요자가 직접 생산지를 돌며 부품을 일괄 수거하는 '밀크런(Milk Run)' 조달 방식이다. 닛산은 2012년부터 한국산 부품 수입에 밀크런 방식을 도입해 조달 시간과 물류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얻었다.



제품의 신속·공동 조달을 가능하게 하는 혁신 물류 체계 '밀크런'이 국내 업계에서도 확산될 전망이다. 정부가 일본 수출규제, 중국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 등을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GVC·글로벌밸류체인) 다변화를 위해 밀크런 모델 도입을 지원한다.

정부는 20일 발표한 '코로나19 기업애로 해소 및 수출지원대책'에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등 구조 재편을 유도하겠다"며 "업계 공동구매, 공동물류 등 밀크런 방식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유 물류 시스템에서 유래…비용·시간 절감 전략
닛산자동차의 한일 밀크런 활용 사례./자료=한국해상수산개발원닛산자동차의 한일 밀크런 활용 사례./자료=한국해상수산개발원
밀크런은 우유 회사가 축산 농가를 차례로 돌면서 원유를 수거하던 데서 유래한 물류 시스템이다. 밸류체인상에 있는 여러 공급자의 품목을 모아서 조달해, 물류 비용 절감은 물론 부품 조달 기간과 재고 비용을 절감을 노리는 전략이다.

닛산 사례와 같이 특정국의 여러 부품업체에서 각각 서로 다른 제품을 공급받던 기업은 이를 한번에 모아서 가져올 수 있다. 서로 다른 기업들이 공동으로 부품을 조달하는 것도 가능하다.

정부는 밀크런 방식을 통해 국내 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이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비슷한 부품을 각각 중국과 베트남에서 조달해 온 A, B 기업이 밀크런을 통해 공동구매, 공동물류를 시작하면 보다 쉽게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혹은 반대로 공급선을 바꿀 수 있게 된다.


기업 수요조사 시작…中日 쏠린 공급망 다변화
10일 오후 충남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출고센터에 완성된 자동차가 주차돼 있다. 현대자동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여파로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체 공정이 휴업에 들어갔다. 2020.2.10/사진=뉴스110일 오후 충남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출고센터에 완성된 자동차가 주차돼 있다. 현대자동차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여파로 중국산 ‘와이어링 하니스’부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체 공정이 휴업에 들어갔다. 2020.2.10/사진=뉴스1
정부는 현장 수요조사를 기반으로 기업의 밀크런 도입을 도울 계획이다. 우선 주요 소재·부품 생산 국가와 품목별 수요 등을 조사해 우선 순위가 높은 대상지역과 품목을 선정하기로 했다. 이후 업종별 협회 등을 통해 밀크런 활용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업들을 찾아 그룹화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물류방식, 비용부담 등 구체적 실행방안은 수요·공급 기업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필요하다면 통관 절차 간소화 등 정책적 지원도 병행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공급망 다변화나 물류비 절감 효과가 큰 경우를 우선 순위로 삼아 기업을 매칭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안정적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강력하게 추진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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