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언론탄압 전쟁…中내부 언론자유요구 분출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김수현 기자, 황시영 기자 2020.02.20 16:49
글자크기

美의 中 관영언론 규제→WSJ 기자 추방, 중국내 언론자유 요구→검열 강화 대처

[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0.1.8.[워싱턴=AP/뉴시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0.1.8.


미중 언론전쟁…美공격에 中 즉각반격시진핑 "경제사회 질서 회복 나서라" 지시"
중국의 언론 통제 행태가 국내외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대내에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이후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외적으론 미국은 중국 관영통신인 신화통신 등 주요 관영매체를 언론이 아닌 국가기관으로 규정하며 규제에 나섰다.

미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정부의 메시지 전달 및 해외에서의 언론 영향력 확대를 위해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같은 움직임에 강경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검열을 강화하고 있으며 비판적 보도를 한 시민기자와 지식인들이 잇따라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규제에 대해선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를 사실상 추방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당분간 중국의 언론에 자유에 대한 중국 국민과 국제사회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9일(현지시간) 중국이 '코로나19' 관련 비판적 칼럼을 문제 삼아 베이징 주재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3명을 추방한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WSJ 외신기자 3명에 대한 중국의 추방조치를 규탄한다"며 "성숙하고 책임있는 국가라면 사실을 보도하고 의견을 표출하는 자유언론을 이해한다. 올바른 대응은 반대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지, 발언을 억제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인들이 누리는 언론의 자유 및 정확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중국인들도 누리기 바란다"며 중국 내 언론 자유문제를 제기했다.


이와 관련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외국 언론인과 관련된 일을 법과 규정에 따라 처리한다"며 "중국을 노골적으로 모욕하고 인종 차별을 하며 악의적으로 중국을 비방하는 언론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칼럼을 문제 삼아 취재 기자들을 추방시키는 것이 정당한 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겅 대변인은 "WSJ은 모욕적인 기사를 발표한 이후 공식적인 사과도 없었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며 "WSJ의 구조에는 관심이 없고 WSJ라는 언론사만 중요하며, 언론사는 자신들의 언행을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국제관례 등을 내세우고 있어 태도에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미국이 도를 넘는다면 중국에 있는 미국 언론사가 가장 걱정"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앞으로도 주중 미국 매체에 대한 추가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경고로도 읽힌다. 언론자유와 관련한 양국의 난타전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촉발시킨 언론자유…中 젊은이들 동요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위험에 대해 처음으로 경종을 울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진료 도중 감염돼 6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사진출처: 리원량 웨이보 캡처) 2020.02.07<br>
이메일 보내기프린터PDF<br>
[서울=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위험에 대해 처음으로 경종을 울린 중국 의사 리원량이 진료 도중 감염돼 6일 끝내 세상을 떠났다.(사진출처: 리원량 웨이보 캡처) 2020.02.07
이메일 보내기프린터PDF
중국내에서는 코로나19사태 이후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요구가 어느때보다 강해지고 있다.

허웨이팡(賀衛方) 베이징대 법학 교수는 최근 웨이신(한국의 카카오톡)을 통해 언론인과 지인들에게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가 중국인들을 고통에 시달리게 하고, 정부를 무능하게 만들었다"는 친필 문장을 보냈다. 그는 "만약 우한(武漢)이나 허베이(湖北)성의 언론이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었다면 인민이 이처럼 참혹한 지경에 놓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가 없으면 인민이 고통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7일 사망하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여론이 퍼져나가고 있다.

쉬장룬(許章潤) 칭화대 법학 교수는 '분노하는 인민은 더는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는 글을 통해 "코로나19 초기 대응이 실패한 것은 중국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말살됐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우한(武漢)에 있는 화중사범대학의 탕이밍(唐翼明)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은 공개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이같은 글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지만 젊은 층은 사이에선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 보도를 해온 시민기자와 일부 지식인들이 실종 소식이 알려지면서 언론 자유 촉구 여론은 더 빨리 퍼져나가고 있다.

소식통은 "중국의 젊음이들이 바보가 아니고 언론 통제에 대한 부당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길게보면 정부의 언론통제를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같은 움직임은 시진핑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