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 나선 자산운용사들 vs 버티는 기업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김태현 기자 2020.02.21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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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는 2020 정기주총]<3> '주주서한' 줄다리기

지난해 3월 23일 진행된 삼성전자 주주총회 /사진=머니투데이DB지난해 3월 23일 진행된 삼성전자 주주총회 /사진=머니투데이DB


"주주 서한을 보내도 답이 오지 않는 곳도 있어요. 답변은 하는데 무슨 내용인지 두루뭉술하게 답하는 기업도 있구요."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에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보통 주주총회 전에 주주서한을 보내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행동을 촉구한다. 그러나 주주서한에 응답하지 않아도 상장사에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어 자산운용사와 기업 간의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 주자는 한국밸류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최근 △KISCO홀딩스 (22,900원 0.00%)넥센 (4,210원 ▼30 -0.71%)세방 (11,780원 ▲10 +0.08%)세방전지 (97,500원 ▲3,300 +3.50%) 네 곳에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대부분 기업 내 쌓여 있는 현금 자산을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에 활용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세방전지를 제외한 3곳에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이번에 주목할 점은 넥센에 인수합병(M&A)을 포함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요구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자산운용사가 M&A를 요구하는 것은 흔치않다. 넥센은 넥센타이어의 지주사다.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넥센에 변화를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KB자산운용도 이달 들어 △효성티앤씨 (348,000원 ▼1,000 -0.29%)광주신세계 (30,950원 0.00%)골프존 (3,835원 ▼30 -0.78%)KMH (4,750원 ▲15 +0.32%)컴투스 (38,850원 ▼150 -0.38%)에스엠 (82,700원 ▼2,500 -2.93%)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변경해 주주활동을 예고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관투자자가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바꾸면 배당 확대, 회사 임원 해임 청구권(위법행위시) 등에 대해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다. KB자산운용도 지난해 컴투스를 제외한 5종목에 대해 배당 확대 등을 위한 주주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자산운용사는 평소 주주서한을 통해 회사의 변화를 유도한다. 그러나 자산운용사의 요구에 대한 회사의 설명이 충분치 않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주주총회에서 기업이 발의한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선임 등의 주요 안건에 반대할 수 있다. 한국기업지배연구원에 따르면 재무제표·이익배당 안건에 대한 자산운용사의 반대율은 지난해 평균 36.2%에 달한다. 2018년 평균 1.1%에서 급등한 것이다. 사내이사 선임 안건 반대율은 4.8%에서 28.9%로 올랐다. 정관변경 안건 반대율도 7.2%에서 11.0%로 높아졌다.

이렇게 자산운용사들의 주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으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꼽힌다. 2016년 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가 도입된 이후 이에 가입하는 자산운용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는 총 122곳이다. 참여 예정인 곳도 29곳이나 된다.

그러나 주주활동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대주주가 지분이 큰 상장사들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낮아 주주들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기도 한다. 주주서한에 응답하지 않아도 상장사에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기 때문이다. 주주서한을 묵살하거나, 탐방조차 받지 않아 매니저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상장사들까지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주주서한을 보내도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경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장사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인데 본인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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