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23일 진행된 삼성전자 주주총회 /사진=머니투데이DB
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기업에 경영 개선을 요구하는 자산운용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산운용사들은 보통 주주총회 전에 주주서한을 보내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행동을 촉구한다. 그러나 주주서한에 응답하지 않아도 상장사에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어 자산운용사와 기업 간의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 주자는 한국밸류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이다. 한국밸류자산운용은 최근 △KISCO홀딩스 (22,900원 0.00%) △넥센 (4,210원 ▼30 -0.71%) △세방 (11,780원 ▲10 +0.08%) △세방전지 (97,500원 ▲3,300 +3.50%) 네 곳에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대부분 기업 내 쌓여 있는 현금 자산을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에 활용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세방전지를 제외한 3곳에는 지난해에도 비슷한 내용의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KB자산운용도 이달 들어 △효성티앤씨 (348,000원 ▼1,000 -0.29%) △광주신세계 (30,950원 0.00%) △골프존 (3,835원 ▼30 -0.78%) △KMH (4,750원 ▲15 +0.32%) △컴투스 (38,850원 ▼150 -0.38%) △에스엠 (82,700원 ▼2,500 -2.93%)의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변경해 주주활동을 예고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관투자자가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로 바꾸면 배당 확대, 회사 임원 해임 청구권(위법행위시) 등에 대해 주주 제안을 할 수 있다. KB자산운용도 지난해 컴투스를 제외한 5종목에 대해 배당 확대 등을 위한 주주서한을 발송한 바 있다.
/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이렇게 자산운용사들의 주주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으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꼽힌다. 2016년 말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가 도입된 이후 이에 가입하는 자산운용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는 총 122곳이다. 참여 예정인 곳도 29곳이나 된다.
그러나 주주활동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대주주가 지분이 큰 상장사들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위협받을 가능성이 낮아 주주들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기도 한다. 주주서한에 응답하지 않아도 상장사에 직접적인 불이익은 없기 때문이다. 주주서한을 묵살하거나, 탐방조차 받지 않아 매니저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은 상장사들까지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주주서한을 보내도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경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장사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인데 본인의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