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50인~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동계가 정부의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예정대로 행정소송을 불사한다"는 방침인 반면 재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은 안된다"며 맞서고 있다.
재계는 코로나19로 최악의 경제 상황인데도 노동계가 '공멸'의 행동을 고집한다고 주장한다. 재계는 특히 "정부의 이번 개정안이 미흡해 현장에서는 제대로 된 개정안 시행이 힘들다"며 "시행규칙이 아니라 입법을 통해 '52시간+α'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이에 따르면 △국가재난이나 △인명보호 등 긴급한 조치 필요 시 △갑작스런 시설 설비 장애 고장의 긴급조치가 필요한 경우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 증가한 경우, 중대한 지장 초래 혹은 손해가 발생되는 경우 △소재 부품, 생산설비 연구개발 등 고용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특별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단 근로자 당사자 동의와 고용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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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그러나 "국가재난과 인명보호 등 긴급한 조치에는 특별연장근로를 인정하지만, 다른 3가지 경우는 자의적 해석이 가능해 특별연장근로가 남발될 수 있다"며 소송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재근 대한상의 산업조사본부장은 "일이 많을 때 집중 채용을 하고, 일이 없을 때 쉬게 하는 고용 유연성이 없는 한국에서 직원 해고는 사실상 불가능 하다"며 "이 경우에는 임금 유연성과 근로시간 유연성이 절실한데 특별연장근로를 막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탄력근로제가 경·사·노위에서 합의돼 국회에 입법안이 올라갔는데 논의 자체가 안되고 있다"며 "시행규칙 개정이라도 해서 특별연장근로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기업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계는 오히려 지난달 말 개정한 시행규칙의 특별연장근로 기준이 일부 불명확하기 때문에 아예 근로기준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공장과 달리 4차 산업혁명에선 소프트웨어나 시스템통합 같은 연구개발 분야가 중요한데 이런 곳까지 획일적으로 52시간 근무를 묶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입장이 180도 다르다. 이정훈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KT 전화국 화재 같은 긴급 상황이나 코로나19 같은 질병 사태로 일부 근로자의 특별연장근로는 인정한다"며 "그러나 업무량 증가로 인한 생산차질까지 특별연장근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인정할 수 없어 소송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달 말부터 전국 19개 노동상담소에서 부당한 특별연장근로 사례를 신고받고 있지만 아직 위반 사례 신고는 전무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