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한프 임원, 악재 전 주식처분 의혹…공시위반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0.02.1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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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연속 영업적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한프 (69원 ▼22 -24.18%)의 주요 임원이 보유주식을 매도하고도 이를 제때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식 처분 시점이 지난해 4분기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사업 무산으로 관리종목 편입이 예상되던 시기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프는 이날 4년 연속 영업적자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앞서 박창우 한프 이사는 2019년 9월3일부터 보유주식을 매도하기 시작해 12월30일까지 25만7000주를 모두 장내 처분했다.



박 이사는 한프의 최대주주인 에스에이노베이션의 부사장이자, 한프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사업 사장을 맡고 있다. 그는 보유 중이던 25만7000주를 지난 9월3일 첫 매도를 시작한 뒤 10~12월 모두 장내매도했다. 매도 단가는 776원~924원이다.







수소연료 발전소 부지 철회, 관리종목 편입 미리 알았나?





증권업계는 박 이사가 주식 소유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했고, 주식 매도 시점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한프는 충북 보은, 진천, 충주, 경북 영주 등에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건설을 추진했다. 미국의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시스템제조기업 블룸에너지의 설비를 도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9월 17일 미국의 힌덴버그 리서치에서 블룸에너지 시스템의 성능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한프는 9월 30일 연료전지 발전사업의 타당성 재검토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충주, 경북 영주의 발전소 부지 취득을 철회했고 보은 부지 취득의 잔금일을 연기했다.

한프는 2019년 3분기 누적 별도기준 영업손실이 4억5100만원, 매출액은 40억3600만원이다. 4년 연속 영업손실로 인한 관리종목 편입을 막으려면 4분기에 이익을 올려야 했다.

회사는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사업에서 영업이익을 기대했으나, 9월 30일 발전소 부지 취득 철회 등으로 이익을 내기 어려워졌다. 사실상 관리종목 편입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주식처분 늦장공시…한프 "모럴헤저드 법적 책임 묻겠다"
박 이사의 주식 매도는 발전소 부지 취득 철회 공시 이후 본격화됐다. 그는 10월 4일부터 18일까지 12회에 걸쳐 주식을 팔았고, 15만주를 매도한 뒤인 11월 20일이 돼서야 주식 소유상황보고서를 제출했다. 나머지 주식은 12월 30일까지 장내매도했다.

상장사의 임원은 보유주식 변동이 있는 경우에 변동일로부터 5일까지 증권선물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박 이사는 공시 의무를 위반하고 보유주식의 상당수를 매각한 뒤에나 공시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프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사업 사장을 맡고 있는 박 이사가 연내 발전소 착공이 어려워지면 4년 연속 영업적자로 관리종목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박 이사의 주식 매도가 일찍 알려졌다면 일반 투자자들도 관련 사실을 일찍 파악해 주가 하락에 대한 피해를 줄였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프는 발전 사업 부진 및 박 이사의 주식 매도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프 관계자는 "발전 사업 부진에 대해서는 주주들에게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만약 박 이사가 관리종목 편입 확정을 알고 매도했다면 모럴해저드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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