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 순풍 불까…"기업가치 오르고, 소송전·ESS 악재 걷힌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0.02.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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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업계 순풍 불까…"기업가치 오르고, 소송전·ESS 악재 걷힌다"


한국 배터리업계의 기업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공격적 투자와 적극적인 영업 덕분이다.



그동안 업계를 괴롭혔던 소송전과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 규명도 일단락되며 배터리시장은 새로운 상승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17일 영국 글로벌 브랜드 평가업체 '브랜드파이낸스'의 '2020년 화학기업 25' 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의 기업 브랜드 가치는 전년대비 4.8% 증가한 35억달러(4조1400억원)로 집계됐다. 브랜드 가치 기준으로는 세계 화학 기업 중 4위다.



LG화학 (378,500원 ▲3,000 +0.80%)을 제외한 세계 10위권 화학사들의 브랜드 가치는 대부분 감소했다. 우선 2위 다우(미국)와 6위 라이온델바젤(네덜란드)의 가치는 전년대비 각각 29%, 14.2% 줄었다. 1위 바스프(독일) 기업가치도 1년전보다 4.5% 감소했다.

지난해 브랜드 가치 5위였던 미국 듀폰은 기업 가치가 무려 32.6% 급락하며 9위로 미끄러졌다.

이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 탓에 기초 산업소재인 화학제품 수요도 줄면서 글로벌 화학사들의 브랜드 가치도 한 계단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LG화학의 기업 가치 상승은 '배터리' 부문을 신성장동력으로 장착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한국 배터리 업계의 글로벌 순위도 상승세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 (405,500원 ▲19,500 +5.05%)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글로벌 점유율 순위는 각각 3위(점유율 10.5%)와 5위(점유율 3.6%)로 전년대비 1계단씩 올랐다. SK이노베이션 (106,200원 ▲1,400 +1.34%)도 세계 시장 점유율 1.7%로 처음으로 10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한국 배터리업체들의 순위가 오른 배경은 공격적 투자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생산기지를 선점해 영업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에 총 5조원 규모의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한국 배터리업계의 발목을 잡았던 '잠재 변수'도 하나둘씩 해결 조짐이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전은 지난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원고인 LG전자 입장을 받아들이며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이 나왔다. 당초 이 소송전은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번 ITC 판결로 오는 10월 5일까지 나올 '최종결정'만 남겨 놓고 있다.

업계에선 최종결정이 임박하면서 양사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고 본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과는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밝혔고, LG화학도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ESS 화재 사태도 사고 원인이 발표되며 일단락된 분위기다. 민간조사단은 지난 6일 '추정'임을 전제로 "배터리에도 화재 원인이 있다"는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배터리에 분명한 화재 원인이 있다"는 최악의 결론은 피한 셈이다. 정부와 업계는 화재 방지 대책도 함께 내놓았기 때문에 이후 ESS에서 추가 화재가 나지 않으면 업계가 우려하던 ESS발 악재는 걷힐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 가도를 달릴 배터리 업계가 악재를 서서히 걷어내는 모습"이라며 "단 소송전 합의 중재나 ESS 관리 시스템 강화 같은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전환점을 잘 넘기면 한국 배터리업계가 '포스트 반도체'로 도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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